"저기 오네, 저기 오네! 우리 아들, 엄마 보고 싶었지?"
23일 오전 11시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사무실이 기쁨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32년 만에 아들을 품에 안은 어머니 김남준(65) 씨는 훌쩍 자라버린 아들의 얼굴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감싸쥐었다. 아들 손동석(37·미국명 숀 페티프런(Shawn Petitpren)) 씨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기분"이라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32년 전 가족을 잃고 미국으로 입양돼 이름도 모른 채 살아왔던 실종 아동이 극적으로 가족을 되찾았다. 손 씨는 지난 1987년 가족과 헤어져 미국으로 입양됐다. 평생 가족을 애타게 찾던 그는 지난 9월 대구경찰이 해외 입양인들의 가족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장기실종수사팀 담당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실종 아동의 입양 기록을 확인한 수사팀은 1987년 2월 11일 대구 동부정류장에서 발견돼 대성원(현 대구아동복지센터)으로 입소한 아동 '손동석'의 기록을 찾았다.
이를 토대로 1992년부터 주소 변동이 없는 호적을 찾아낸 수사팀은 대상자의 형에게 연락을 취해 "어릴 적 동생을 잃어버렸으며, 온갖 노력에도 결국 못찾았다"는 답을 들었다. 확신을 얻은 경찰은 정확한 증거를 확보하고자 국제우편으로 DNA 샘플을 받아 어머니와 비교했고, 최종적으로 친자관계를 확인했다.

당시 만 4세, 삼형제의 막내로 경북 영천에 살던 손 씨는 출근한 엄마를 만나러 가겠다며 집을 나선 큰 형을 찾아나서 버스를 탔다가 대구에서 미아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큰 형인 손동정 씨가 영천과 대구 고아원을 모두 뒤졌고, 고아원 봉사활동을 하며 평생 동생을 찾아다녔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손동정 씨는 "동생을 찾은 덕에 흩어져 살던 가족이 모두 모이게 됐다. 아버지 산소에 가는 길에 어릴 적 함께 놀던 동네를 가볼 계획"이라고 기뻐했다.
32년 만에 고향 땅을 밟은 손동석 씨도 "와보니 어머니와 형제들을 꼭 닮은 내 모습에 누가 봐도 가족이란 사실을 알겠다"면서 "오랫동안 가족을 찾았지만 이렇게 만나리라곤 기대하지 못했다. 이제 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활짝 웃었다.
한편, 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은 손 씨를 비롯해 지난해 4월 이후에만 26명의 실종 해외입양 아동에게 가족을 찾아줬다. 특히 가족을 찾은 이들이 늘어나면서 국제우편으로 입양아동 110명이 DNA를 보내 등록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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