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비치돼있다. 국회의원들과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캣맘·캣대디를 자처하며 길고양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서울시는 '동물공존도시'를 선포했다. 동물은 배척 대상이 아니며 시민들과 조화롭게 공존하여야 할 가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청 시민건강국 동물보호과에는 40여명의 전담 공무원들이 시민 서포터즈와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면서 동물 보호와 입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시도 이러한 취지를 이해하고 2018년 대구를 '동물공존도시'로 선언했다. 신천 수달보호, 대구대공원 내 반려견테마파크와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 등 굵직한 동물 보호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유기동물구조사업과 길고양이 TNR사업 등의 예산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미래의 과시적인 플랜에 비해 현실적인 실천은 부족한 것이다. 대구시 동물보호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4명 정도의 팀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대구시의 의지를 의심하게 된다.
지난주 남구청과 민주당 동물복지위원회(임미연 위원장)가 협력하여 제작한 길고양이 급식소가 대명시장 내 캣맘에게 전달되었다. 지자체가 캣맘을 지원하는 바람직한 사례였다. 주민들은 남구청이 마련한 급식소 안내문을 통해 길고양이 급식소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대명시장에 위치한 길고양이 급식소는 주민들의 왕래가 잦은 특성을 감안하면 고양이의 건강 관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대구시수의사회의 협조로 길고양이에 대한 예방접종과 구충약을 처방하고 긴급 구난 시 처치할 수 있는 구급약품 상자를 캣맘에게 지원할 수 있었다.
길고양이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와 그 문제를 해결 대안을 알아보자.
길고양이는 주민들에게 어떤 피해를 끼치고 있을까? 쓰레기봉투를 헤집는다거나 울음소리가 듣기에 불쾌하기도 하며, 사나운 고양이가 갑자기 공격을 할까 두려워하는 주민도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인도주의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서울시 강동구는 고양이 급식소를 모범적으로 정착시킨 지자체로 평가된다. 현재 강동구는 80곳 이상의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 통장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주민들의 민원 문제가 확연히 줄었다고 한다.
길고양이 급식소가 민원 문제를 해소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먹이가 부족하면 길고양이는 생존 경쟁을 하며 사나워진다. 부족한 먹이를 구하려 쓰레기봉투를 헤집으며 주변 고양이들과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마련하면 길고양이는 급식소를 중심으로 생활권이 형성되며 경쟁이 사라지면서 유순해진다. 급식소가 정착된 골목일수록 길고양이가 쓰레기 봉투를 헤집거나 울부짖음이 현저히 줄어든다. 그리고 순한 길고양이라면 입양이 될 가능성도 높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통해 길고양이 개체수도 조절할 수 있다. 길고양이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인도주의적인 대책은 중성화수술 'TNR(중성화 수술 후 원래의 서식지로 방사하기) 사업'이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4년 동안 TNR사업을 중점 지원한 결과 서울의 길고양이 개체 수가 20만마리에서 14만 마리로 확연히 줄어들었다. 급식소를 찾아오는 길고양이들의 개체 수와 건강 상태는 캣맘이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캣맘들에 의해 TNR사업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예산 낭비를 줄일수록 더 많은 길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받을 수 있다.
길고양이 급식소는 동물공존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서울시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동물과의 공존을 실천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캣맘들과의 협력을 통해 도움이 절실한 길고양이들에게 응급의료를 지원하고, 더 많은 유기동물들이 입양될 수 있도록 유기동물입양센터를 운영해 1년 간의 동물의료보험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동물과 공존하는 문화는 미디어와 기업 마케팅에도 자주 등장하는 등 시대정신으로 확산되고 있다.

길고양이 급식소의 긍정적인 역할과 캣맘들의 희생에도 일부 시민들은 캣맘들을 싫어한다. 이러한 편견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 탓에 길고양이가 더 많아진다는 막연한 고정관념 때문이다. 실제로 길고양이 개체수가 폭증한 이유는 고양이가 배회하는 것을 방조하고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소홀히 여기는 관습 때문이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서울시는 동물보호와 동물공존을 위한 시민 아이디어를 공모하며 동물보호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구시도 캣맘들이 봉사하고 있음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길고양이 민원을 더 이상 캣맘과 주민 간의 갈등으로 치부하여서는 안 된다.
남구청이 길고양이 급식소를 소개한 안내문은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갈등을 해소시키고 있다. 작은 사례이지만 대구시의 귀감이 되어주길 희망하며 소개드린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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