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경찰관으로 살아온 인생을 동양 최고의 역사서 '사기(史記)'를 통해 풀어낸 책으로, 부제는 '史記(사기)속에서 경찰의 길을 묻다' 이다. 지은이는 오랫동안 경찰생활을 하면서 여러 유형의 상사와 부하를 만났고, 다양한 사건을 수사했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 등장하는 월왕 구천과 범려, 한신과 유방의 일화 등 53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겪은 일과 경험을 재해석하고 있다.
지은이는 경찰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부친, 백부, 친형, 사촌, 조카 등이 경찰이다. 자신은 70여 년의 현대 한국경찰사의 반을 관통하는 33년 9개월간 경찰관으로 재직했다. 인생의 반을 경찰관으로서 지내며 분단과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찰의 시대적 고뇌와 아픔을 겪었다. 굴곡의 세월을 견디고 명예로운 퇴직을 눈앞에 둔 시점에 광풍처럼 휘몰아친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었다.

지은이는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경찰의 문턱을 넘어서려니 자꾸 뒤돌아보게 되었다. 비록 개인적인 경험과 시간일지라도 경찰후진들이 한국 경찰 역사의 한 모퉁이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글을 썼다."고 밝힌다.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결기로 궁형의 치욕을 견디며 '사기(史記)'를 완성한 사마천을 모델로 한국 경찰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낸 것이다. 지은이는 "오(誤)시범도 시범이라는 생각에 나의 경험과 시간들을 정리했다. 시민이 불편해하는 권력기관이 아닌 진정한 서비스기관으로 한국 경찰이 거듭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한다.
첫 장 '안자지어(晏子之御)' 고사에서는 경찰관은 겸손함이 제일 우선할 덕목임을 역설한다. '안자지어'는 하찮은 지위에 만족하여 뻐기는 사람을 비판하는 고사다. '무립추지지(無立錐之地)'에서는 청렴한 공직자의 상을 제시하고, 사라지는 전경, 의경 제도를 되돌아보며 '순망치한(脣亡齒寒)' 고사를 떠올린다. 경찰사에서 전·의경들이 이룩한 큰 역할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다.
'절영지연(絶纓之宴)' 고사를 통해 관리자의 '인(忍) 리더십'을 강조한다. 경찰수사권 독립을 위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결기를 가져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하는가 하면 '상가지구(喪家之狗)' 같은 현재의 경찰위상을 높여야 한다며 견(犬)찰이라는 비아냥거림이 공경 받을 경(敬)찰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글 중간중간 시 형식의 짧은 글들을 통해 삶과 자연을 관조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경찰관 신분증을 마패라고 우쭐해 하며 신분증을 보여주며 위세를 떨던 경찰관도 있었습니다. 특권인 양 동료경찰관들의 묵인하에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당당하게 하던 시절도 있었으니 시민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가당찮은 일이었겠습니까? 급기야 시민단체가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 음주운전 경찰관이 마패를 제시하며 거들먹거리는 것을 적발하는 캠페인까지 했습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경찰관 신분을 은폐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은 시민으로부터 위탁받은 것에 불과합니다. 마치 자신의 권력인 양 허세를 부리는 일은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경찰을 비롯한 국가 공무원의 겸손한 자세야말로 시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책무라는 생각을 가져야겠습니다.' -20쪽 요약-
지은이는 "경찰생활 경험을 사기(史記)의 고사성어에 빗대어 다소 견강부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경험을 후진들에게 쉽게 전달함으로써 경찰관으로서 공직관, 경찰 관리자의 리더십, 경찰조직의 미래 등을 제시하고, 경찰이 시민을 위한 진정한 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고 밝힌다. 288쪽, 1만6천원.
▷ 박화진
지은이 박화진은 대구에서 출생, 경찰관이었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경찰의 길을 걸었다. 33년 9개월간 재직하고 치안감으로 퇴직했다. 경북지방경찰청장, 경찰인재개발원장, 경찰청 외사국장을 역임했다. 해외경찰주재관, 안전행정부 치안정책관, 대통령 치안비서관 등 경찰외부 기관에서도 근무했다. 틈틈이 글쓰기를 하여 수필가로 등단했다. 수필집 '마음이 따뜻한 경찰이 되고 싶다(2013)'를 비롯해, 오랜 투병 끝에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시집 '답장을 기다리지 않는 편지(2017)'를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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