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재미있게 읽었던 특이한 연재소설이라 쉽게 손이 갔다. 많은 책을 썼고, 영화나 드라마로 많이 알려져 있어 설명이 필요 없는 인기 작가 최인호의 글이다.
"김수영의 시 구절처럼 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가정의 방에서 죄 없는 말을 주고받았던 나의 아내여. 그리고 나를 아빠라고, 아버지라고 부르고, 아버님이라고 부르고,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유순한 가족, 그대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어디서부터 왔는가. 그리고 또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일까." (17쪽)
이 책은 월간 '샘터'에 35년 동안 연재했던 소설 '가족' 중에서 2000년 이후에 쓴 마지막 부분을 묶은 책이다. '가족'이야말로 고갈되지 않는 최고의 소재라 생각하여 시작했으며, 서른 청년기부터 투병으로 중단한 노년기까지의 이야기를 연재했는데, 이 글은 가장 후반부에 쓴 것이다. 가족들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성찰도 하는 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글 중에서 우정에 대해 재미있게 쓴 부분이 있다.
젊은 시절에 생각했던 우정에 대한 생각들이 그릇된 편견이었음을 느꼈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친구가 많고 아내는 친구가 많지 않지만 아내 친구가 한결같고 더 진실하다는 거다. 아내는 죽은 친구를 위해 기도를 하기도 한단다.
여성들의 우정에 대해 부러워했다. 참된 우정은 여성들이 더 깊다는 것이다.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해, 남자에게는 충실한 세 친구가 있으며 하나는 함께 늙어가는 조강지처이고 나머지 둘은 함께 늙어가는 개 그리고 현금이라는 것이다.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3백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상도'에 관해서도 썼다.
기업인들이나 경제인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들의 사표로 삼을 만한 위대한 상인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딱 맞는 인물을 못 찾아 고심하다 우연히 열 페이지밖에 안 되는 짧은 만화를 보고 영감을 얻어 어렵게 자료를 구해 대하소설 '상도'를 썼다고 했다.
작가는 소설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초자연의 음성을 통역하거나 번역하는 일이라고 적었다. 고대 로마 희극작가 테렌티우스의 말을 빌려 모든 책에는 책의 운명이 있다고 한다.
소소한 일상까지 드러내는 글이라 그런지 참 솔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청력이 떨어졌는데 두렵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인다고.
장 콕토의 시 "내 귀는 소라 껍데기. 바닷소리를 그리워한다."를 인용해 바닷소리를 그리워하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거라며 침묵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도 썼다.
투병생활에 대해서도 써놓았다.
이 책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작가가 연재를 끝내는 마지막 회에서 참말로 다시 일어나고 싶다고 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는 이제 내 인생의 주인공인 오직 나만을 위해 글을 쓰고 싶다. 단 한 사람의 독자면 충분하다. 그 독자로부터 인정받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292쪽)
작가의 고뇌가 느껴지는 글이다. 가족이 누구이며 나는 누구인가를 묻던 작가는 머리말에서 "'가족'이여, 사랑이여!"라고 불렀다. 가족의 다른 이름은 사랑인가 보다.
신복순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