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삶을 점진적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이 이미 산업과 접목됐고, 우리 건강과 질병도 더욱 똑똑하게 관리해 줄 의료기술이 등장했거나 할 예정이다.
먼 미래 일이 아니다. 10년 전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래, 휴대전화기의 역할은 연락을 주고받는 데서 확장해 집에 있는 가전을 미리 작동시키거나, 집에서도 회사 컴퓨터에 접속해 원격 조작토록 하는 미니 컴퓨터 역할로까지 발전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첨단 기술도 이처럼 모든 사람이 이용하거나 그 혜택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삶을 바꿔 놓을 것이라 예측된다.
◆사람만큼 암 잘 찾는 AI 의사
국내에선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 의사'가 암 검진을 내리고 있다.
대구가톨릭병원에서 2017년부터 일한 인공지능 의사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은 의학 전문자료 1천500만 쪽 분량과 의학 학술지 300종을 습득했다. 앞서 2012년 3월부터 미국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에서 레지던트로 일하고 MD엔더슨에서 훈련받으며 실력을 키워 의사가 됐다.
왓슨은 환자 성별과 나이, 혈액검사, 조직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자료를 분석한 뒤 평균 8초 만에 '강력추천', '추천', '비추천'의 세 가지 치료법을 내놓는다. 이를 참고해 인간 의사가 최종 치료법을 결정한다.
이미 전 세계 90개 이상 병원에서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로서 일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6년 12월 가천대길병원을 시작으로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등 전국 여러 병원이 왓슨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실력도 상당히 뛰어나다. 2014년 미국 종양학회 조사 결과 사람 의사와 왓슨의 암 진단 결과가 자궁경부암 100%, 대장암 98%, 직장암 96% 수준으로 일치했다. 또 2017년 가천대길병원 발표에 따르면 대장암 환자 118명에 대한 왓슨의 '강력추천' 치료법과 사람 의사가 제시한 치료법의 55.9%가 일치했고, 대장암·위암에 대해 '추천'까지 포함한 치료법 일치 비율은 72% 일치했다.
다만 미국에서 개발된 왓슨이 국내 환자의 특성을 완벽히 파악하진 못한 모습이다. 그러나 왓슨 도입 이후 가천대길병원에서 의사 진료에 대한 환자들 신뢰도가 증가했고, 왓슨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진 것으로 보아 국내 환자에 대한 학습만 더해지면 긍정적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술 로봇, 원격 수술, 뇌로 조작하는 로봇 팔도
영화에서 나오듯 외모가 인간처럼 생기진 않았지만, 암을 수술하는 로봇도 이미 상용화했다. 2000년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 기업이 세계 최초 수술로봇으로 개발해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다빈치 수술 시스템'은 2005년 국내에 들어온 이후 여러 병원에서 암 수술에 쓰이고 있다.
이보다 앞서 1986년 개발된 '로보닥'도 지금까지 정형외과에서 무릎, 엉덩이뼈, 인공관절 수술에 즐겨 사용된다. 로보닥이 퇴행성 관절염 환자 무릎의 관절을 깎고 인공관절을 끼워넣는 수술 실력은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월에는 5G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원격으로 로봇수술을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중국 화웨이 기업의 5G 기술로 의사는 푸젠성 차이나 유니콤둥난 연구소에 있으면서 50km 떨어진 푸젠 의과대학병원 수술실에서 로봇 수술을 실시, 1시간에 걸쳐 돼지 간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이런 기술은 향후 농촌이나 섬 등 외진 곳에 사는 사람을 치료하는 데 유용하게 쓸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밖에도 환자를 돌보는 간호 로봇, 뇌와 연결하고 뇌파를 이용해 조작할 수 있는 로봇 팔, 3D 프린터로 섬세하게 출력한 손뼈과 머리뼈, 암 치료에 쓰는 자석 박테리아 등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책은 이 같은 미래의료기술을 종류별로 4부에 걸쳐 소개한다. 1부에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2부에선 고령사회에 대비한 간호로봇과 뇌-기계 연결 기술, 3부에선 인체 장기와 조직을 교체하는 3D 프린팅과 재생의료 기술, 4부에선 냄새와 박테리아를 활용한 최첨단 기술로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 등 순이다.
책은 최첨단 기술을 거의 망라하고 있어 의료분야 뿐만 아니라 오늘날 기술 트렌드를 가늠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첨단과학, 의료기술에 관심 있는 모두에게 유익한 정보를 줄 전망이다. 327쪽, 1만6천원.

※ 김영호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돋는 과학자. 첨단과학을 전공하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국내외 다수 기관에서 연구했다. 경북대학교 연구교수, 겸임교수로 강의와 연구도 했다. 지금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매일신문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칼럼을 40여 편 게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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