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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윤보선·케네디·박근혜 연결고리?

EBS1 29일 오후 11시 15분 방송
올해 10주년 영화

영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29일 오후 11시 15분부터 EBS1에서 방송된다. 매주 일요일 저녁 월요병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 잡는 '한국영화특선'이다.

'프레지던트'(President), 즉 대통령은 지금 대선 시즌이거나 대통령 취임 직후이거나는 아니지만, 현직 대통령이 갈라진 민심 가운데서 늘 화제이고, 총선 3개월여 전이기도 해 눈길을 끄는 소재이다.

또한 이 영화는 2009년 10월 22일 개봉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아 한해가 지나가기 직전인 오늘(12월 29일) 충분히 기념할만하다.

영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3인의 대통령. 네이버 영화

◆옆집 할아버지 같은 이순재 대통령, 꽃미남 싱글 장동건 대통령, 여성 최초 고두심 대통령

영화에는 배우 이순재(김정호 대통령, 퇴임 직전 복권 1등에 당첨됐지만 앞서 복권에 당첨되면 당첨금을 사회에 기부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를 두고 속앓이를 한다), 배우 장동건(차지욱 대통령, 꽃미남 싱글 대통령), 배우 고두심(한경자 대통령, 서민 남편(배우 임하룡이 연기한 최창면 교수) 때문에 이혼 위기에 처한 헌정 사상 최초의 여자 대통령) 등 3명의 대통령이 등장한다. 이순재 다음 장동건, 그 다음 한경자 식으로 3대에 걸친 대통령의 이야기가 담겼다.

지금은 뜸하지만 당시 '잘 나가던' 장진이 감독을 맡아 대통령의 '대중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인간적인 모습을 바탕으로 유쾌한 청와대 이야기를 풀어냈다. 극중 청와대 조리장 장기수(배우 이문수 분)가 3명의 대통령을 잇따라 모시며 화자로 등장한다. 5년 앞서 2004년 개봉한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대통령 전속 이발사 성한모(배우 송강호 분)가 청와대 밖에서(간접적으로) 또 안에서(직접) 여러 대통령을 겪는 콘셉트와 닮았기도 하다.

장진 감독은 3인의 대통령에 대해 특정 인물을 모델로 삼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지만(영화 개봉 당시 대통령은 이명박), 꿈보다 해몽 격으로 영화 개봉 전후의 국내외 대통령들을 연상시킨다.

SBS 드라마
SBS 드라마 '코리아게이트'의 윤보선 대통령 역 배우 이순재. tv 화면 캡처

◆이순재는 사실 "윤보선 대통령 전문"

이순재가 맡은 김정호 대통령은 극중 대통령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월드컵 개최 복권을 구입했다가 1등에 당첨되고 만다. 당첨금은 무려 244억원. 그런데 앞서 복권 당첨 시 당첨금을 사회에 기부한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킬 지 세상에 숨길 지 갈등한다.

여기서 월드컵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게 바로 2002 한일 월드컵이다. 한국 정부가 월드컵 유치에 나서기 시작한 시기는 1994년이고, 일본과 함께 공동 개최국으로 선정된 때는 1996년이다. 김영삼 대통령(1993~1998) 때이다.

아울러 2002 한일 월드컵 개최 시점의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1998~2003)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유치(김영삼 대통령)하고 개최(김대중 대통령)한 두 대통령. 매일신문DB
2002 한일 월드컵을 유치(김영삼 대통령)하고 개최(김대중 대통령)한 두 대통령. 매일신문DB

이순재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개봉 1년 후인 2010년 SBS 드라마 '대물'에서 백성민 대통령 역도 맡은 바 있다. 극중 백성민 대통령 직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이고, 백성민 대통령 이후가 바로 서혜림(배우 고현정 분) 대통령이다.

이어 이순재는 2012년 tv조선 드라마 '한반도'에서도 강대현 대통령 역으로 출연했다.

윤보선 대통령. 매일신문DB
윤보선 대통령. 매일신문DB

그런데 사실 이순재의 20세기 배우 커리어를 살펴보면, 윤보선 대통령(1960~1962) 역을 무려 4번이나 맡은 바 있어 눈길을 끈다. MBC 드라마 '제2공화국'(1989) 및 '제3공화국'(1993), SBS 드라마 '코리아게이트'(1995) 및 '삼김시대'(1998)에서다.

◆꽃미남 대통령 "아직은 외국에만?"

장동건이 맡은 '꽃미남 싱글' 차지욱 대통령은 극중 서울대와 뉴욕대를 나온 재원, 김정호 대통령 재임 당시 상대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 그러면서도 김정호의 딸 김이연(배우 한채영 분)과 소꿉친구(그래서 김정호는 상대 여당 출신 대통령이자 친한 아저씨)인 인물이다.

그리고 차지욱 대통령의 에피소드는 영화 속 3인 대통령의 에피소드 가운데 분위기가 가장 무겁다. 북한, 일본, 미국 등에 둘러싸여 한반도 안보 위기가 심화되는데 이를 해결하고 만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매일신문DB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매일신문DB

국가의 안보 위기를 잘 넘긴 대통령으로는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1961~1963)이 꼽힌다.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핵전쟁이 됐을지도 모를 3차 세계대전 발발 위기를 해소한 바 있다.

그리고 젊고 잘생긴 대통령이라는 콘셉트도 극중 차지욱과 현실의 존 F. 케네디가 닮았다.

아울러 또 다른 젊고 잘생긴 대통령(내지는 행정부 수장, 그러니까 총리 포함)으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2015~)도 차지욱과 닮은꼴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싱글' 즉, 미혼인 행정부 수장은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를 살펴봐도 찾기가 쉽지 않다. 미혼 조건만 따지면 우리나라에서는 헌정사상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하다.

즉, 젊고 잘생긴데다 싱글이기까지 한 대통령은 영화와 드라마에서나 볼 확률이 매우매우 높다는 얘기이다.

◆영화 예언 적중? "3년여 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 영화는 개봉 3년여 뒤 다시 화제가 된 바 있다. 영화는 이명박 대통령 때 개봉했는데, 이명박 대통령 다음으로 우리나라 최초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2013~2017)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영화의 3번째 에피소드 주인공이 바로 배우 고두심이 맡은 한경자 대통령인데, 영화 개봉 당시에는 우리나라 현실에 사례가 없었던 여성 대통령이라서 화제였고, 이게 바로 다음 차례 대통령에서 현실로 구현된 것.

다만 좀 더 디테일하게 따지면, 한경자 대통령은 대법관 및 법무부 장관 출신이고, 남편(배우 임하룡이 맡은 최창면 교수)도 있는 게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은 줄곧 정치를 해왔고 미혼이다. 참고로 남자 대통령의 부인은 영부인이라고 하고, 여자 대통령의 남편은 부군이라고 한다.

고두심은 한국 배우 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 역을 연기했다. 이어 1년 뒤 SBS 드라마 '대물'에서 배우 고현정이 여성 대통령 서혜림 역을 연기했고, 박근혜 대통령 취임즈음을 계기로는 여성 대통령이 영화와 드라마 등에 전혀 낯설지 않은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매일신문DB
박근혜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매일신문DB

그런데 고두심은 여성 대통령과 영부인 역할을 모두 연기한 기록도 썼다. 고두심은 앞서 이순재가 윤보선 대통령 역으로 출연하기도 한 1995년 SBS 드라마 '코리아게이트'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역을 맡은 바 있다.

'묘하게' 고두심-육영수-박근혜의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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