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기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 "오래 사랑받는 음악 하고파"

마미손 협업으로 재기, 최근 대구 공연으로 지역민과 스킨십도

국립대구박물관에서
국립대구박물관에서 '2019 송년음악회' 공연을 한 전기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 홍준헌 기자

'어이 박 형, 시원하게 한번 울어 줘!' (마미손 '별의 노래' 가사 중)

힙합 가수 마미손과 컬래버레이션해 전 연령에게 인기몰이 중인 천재 전기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44·한국명 박유진)이 최근 대구에 방문, 재기 의지를 담아 신나는 공연을 선사했다.

전기 바이올린을 국내 처음 소개한 유진 박은 3세에 바이올린을 잡고 8세에 줄리어드 예비학교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 10세 때 웨인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천재 음악가다. 줄리어드 스쿨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다 조울증 진단을 받고서 전기 바이올린으로 전공 악기를 바꿔 자신이 좋아하는 락, 얼터너티브 음악을 시작했다.

1996년 국내 데뷔해 방송, 음반 활동을 하며 명성을 높였다. 그러나 2009년 소속사와 매니저에게 상당한 수익을 빼앗기고 감금, 폭행까지 당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지난 6월엔 그의 국내 데뷔를 도왔던 새 매니저가 다시금 그의 수익과 재산을 갈취한 정황이 나와 검·경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유진 박은 "최근 3년 간 공연한 돈을 가까운 사람에게 모두 빼앗겨 다시 연주하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거듭 불행에 처해 수면 아래 가라앉던 그를 지난 11월 래퍼 마미손이 건져 올렸다. 오케스트라·오페라·일렉트로닉 음악을 퓨전한 신곡 '별의 노래'와 뮤직비디오 절정부에서 유진 박이 화려한 전기바이올린 즉흥 솔로 연주를 선보이는데, 이것이 마치 슬픔과 극복 의지를 표출하듯 시원한 인상을 준다. 유진 박을 모르던 사람도 노래를 계기로 그의 실력과 사연을 접하며 더 큰 성원을 보내고 있다.

유진 박은 갑작스러운 인기에 얼떨떨하다고 했다. 그는 "모두가 마미손 덕분이다. 최근 내 관련 유튜브, 인스타그램 게시물 조회수가 부쩍 높아졌다. 마미손과 함께 MBC 음악중심 무대에도 올랐다. 10대 아이돌 팬들까지 날 알아보고 환호해 감동했다. 신이 나서 춤이 절로 나왔다"고 했다.

앞으로는 매니지먼트사에 의존하는 대신, 후견인 도움으로 활동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후견인으로는 과거 유진 박과 그의 어머니(2015년 작고)에게 여러 차례 숙식 등 도움을 준 충청권 한 관광업 사업가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8일 국립대구박물관 송년음악회에서 전기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이 엘림청소년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했다. 홍준헌 기자
지난 28일 국립대구박물관 송년음악회에서 전기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이 엘림청소년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했다. 홍준헌 기자

이번 대구 공연도 후견인 도움으로 제 모습을 갖췄다.

지난 2016년 유진 박을 돕고자 봄맞이 문화행사 무대에 그를 올렸던 대구국립박물관이 지난 28일에도 같은 목적으로 송년음악회를 열기로 하고 하루 2차례 공연을 청했다. 유진 박은 혼자 모든 무대를 진행하긴 힘들다고 판단해 1부는 그와 친한 재즈 팀과, 2부는 최근 후견인 소개로 만난 대구 (사)엘림청소년오케스트라와 각각 협연했다.

엘림청소년오케스트라는 팔공장학회가 대구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악기와 음악을 무상 제공, 지도하고자 설립한 단체다. 유진 박은 "엘림청소년오케스트라의 활동 취지가 좋고, 단원들 실력과 소리가 좋아 이들을 돕고 싶었다"고 했다.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정통 클래식곡을 함께 연주한 뒤 베토벤 비창 3악장을 리믹스한 '베토벤 바이러스'와 팝송인 '데스파시토', 'I will survive' 등 그가 즐기는 락, 얼터너티브 풍의 곡들을 솔로로 연주했다. 한 분야 '선수'를 상징하는 해골 모양의 5현 전기 바이올린을 들고 객석으로 뛰어든 뒤 기타 치듯 손가락으로 현을 튕기거나 빈 좌석 위에 올라서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했고, 앵콜 요청도 쇄도했다.

유진 박은 "국내 데뷔한 이래 대구를 찾을 때마다 시민들이 반겨 줘 대구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면서 "막상 공연 직전까지 관객이 없으면 어떡하나 두려웠지만, 객석을 가득 메운 채 반겨준 관객들 덕분에 더욱 즐겁게 공연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복잡한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차근차근 많은 무대에 올라 연주할 계획이다.

"성원해 주신 팬들께 감사드립니다. 대중음악이 5년 이상 인기를 끌기란 힘듭니다. 인기는 오고 가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래도록 사랑받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쉬고 싶을 땐 개인적 삶도 차분히 즐기면서요. 준비가 되는 대로 최근 제 스타일로 쓴 신곡도 발표하고, 이번 대구에서처럼 좋은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 28일 국립대구박물관 송년음악회에서 전기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이 공연했다. 객석 한가운데 빈 좌석에 올라가 퍼포먼스하는 모습. 홍준헌 기자
지난 28일 국립대구박물관 송년음악회에서 전기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이 공연했다. 객석 한가운데 빈 좌석에 올라가 퍼포먼스하는 모습. 홍준헌 기자
영상|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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