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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강의 생각의 숲] "뭘 좀 멕여야지" 의 진실

권미강 작가
권미강 작가

오래전 본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기존의 분단을 다룬 영화들과는 달리 독특하고 즐겁고 인간미 넘치는 영화로 기억된다.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오로지 자연에 맞춰 순박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 짓게 했다. 그 평화로운 모습에 실제 저런 마을이 있다면 가서 살아 보고 싶었다.

풀썰매를 타고 팝콘이 터지고 풍등이 날아가고 나비가 나는 즐겁고 환상적인 영상에 재미가 쏠쏠했던 영화다. 하지만 필자가 가장 주목했던 장면은 인민군 대장이 '고함 한 번 지르지 않고 마을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동막골 촌장에게 물었을 때 "뭘 좀 멕여야지" 하는 대답이었다. 정말 무릎을 치게 하는 촌철살인의 최고봉. 촌장이 말하는 지도자의 덕목은 마을 사람들을 배 곯지 않게 골고루 잘 먹이는 것이다. 어떤 이념도 중요치 않고 남이니 북이니 경계와 차이도 중요하지 않다. 사람이기 때문에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지도자로서 아는 것이다.

동막골 사람들은 함께 농사짓고 함께 수확하고 함께 나눈다. 누구는 적게 주고 누구는 많이 주는 지위고하(地位高下)도 없다.

얼마 전 한 방송국에서는 스웨덴의 정치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치 방향을 제시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복지국가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는 스웨덴 정치인들의 철학이 담긴 프로그램이었다. 모든 국민이 의료 혜택과 실업수당, 무료교육, 노후연금 등을 받는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로도 유명한 스웨덴에서는 78세의 원로 정치인도 국회에 온 손님에게 커피 대접을 직접 한다. 23년간 최고 권력에 있다가 임기 중임에도 스스로 물러난 '타게 엘란데르' 전 총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총리 공관을 마다하고 임대주택에서 살았다. 여러 겹 덧댄 그의 신발 밑창은 그가 얼마나 근검절약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했다.

스웨덴 정치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인 전 스웨덴 총리 '잉바르 칼손'은 말한다. "권력은 중요하지만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권력은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개혁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권력은 빌린 것이라며 그는 스스로 총리를 그만뒀다. 마치 빌린 것을 제 자리에 갖다 두듯이.

우리는 오랫동안 권력에 빠진 우리나라의 정치 군상들을 보아왔다. 국민들이 부여해 준 권리를 오히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으로 사용해왔다. 국회는 권력 쟁탈장이 된 지 오래고 선거는 권력을 잡기 위해 넘어서야 하는 지뢰밭처럼 생각한다. 국민들은 민주정치를 요구하며 눈높이가 높아졌는데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은 여전히 국민을 기만하고 보이는 곳에서만 굽신거리는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

공자는 이상적인 정치를 백성의 믿음과 구성원들의 화합이며 부의 총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화로운 분배가 화합과 신뢰를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차별을 두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차별할 것이다. 역사를 통해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지 충분히 학습한 국민들은 이로운 정치인들이 누구인지 선거를 통해 판단할 것이다. 오는 4월 총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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