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인공지능(AI)은 공정한가

장현우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장현우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장현우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인간이 쌓아온 수많은 데이터를
선택과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AI
축적 데이터가 공정하지 못하면
AI 판사'변호사도 공정하지 않아

"인간 판사, 변호사보다 인공지능(AI)이 빠르고 공정할 것 같다." 최근 주위에서 자주 듣곤 하는 말이다.

실제 유럽 에스토니아에서는 소액재판(소송가액이 적은 민사재판)에서 AI 판사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하며, AI 작가가 그린 그림이 5억원에 낙찰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 정부도 작년 말 AI 국가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 경쟁력 세계 3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등 디지털 혁명은 정부, 개인과 기업들에 더 나은 효율성 차원을 넘어 생존의 문제를 던지고 있다.

이미 인간과 AI 간에는 대결이 진행 중이다. 바둑의 이세돌 9단이 대표적이다. 알파고에 이어 작년 12월 바둑 AI 한돌과 은퇴 대국을 했고, 변호사가 법률 자문 대결을 해 AI 변호사에게 우승을 넘겼다는 소식도 들린다.

인간계 대표 선수들이 AI와 대결을 펼쳤지만 승전보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AI는 강력하고 빠르다. 인간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스피드 있게 계산하고 처리한다.

제조·유통업계는 AI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다. 자율주행차 관련 소식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드론이 집 문 앞까지 택배를 하는 세상이고, 스마트폰으로 쇼핑과 구매를 하면 로봇이 소비 성향을 파악하고 추천 상품을 제시한다. 손안에서 해외 송금, 환전도 가능한 세상이다.

나아가 가까운 미래에 인간이 차를 운전하면 불법이 되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인간은 난폭·졸음·음주운전 등을 하여 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양산하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최근 '윤창호법'으로 음주운전의 처벌 기준이 대폭 강화되는 것을 보면 그런 예상을 부인할 수도 없다. 실제 서울의 신분당선은 운전석이 없는 무인전동차이다. 이렇게 운전까지 넘겨줄 정도로 인간은 AI에 패배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AI가 인간보다 신속하며 공정할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기업의 채용 과정에 AI를 도입한 결과, 기존 남성 중심적 데이터를 학습해 여성에게 부당한 감점을 주었고, 미국 범죄 예상 시스템에서는 백인보다 흑인에게 2배 이상 부정적인 범죄 발생 결과를 예측했다고 한다.

AI가 인간의 차별적인 데이터를 학습해 성차별 및 인종차별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AI도 살아온 인간을 닮는 것이다. 그럼 AI도 공정하지 못한 것인가.

결국 인간이 쌓아온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 AI이다. 우리의 살아온 모습이 데이터로 AI에 반영되는 것이다. AI 판사와 변호사가 공정할 것인가 하는 질문은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우리의 사법 관련 데이터는 공정한지, 전관예우는 없었는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상 데이터는 공정한지, 소위 말하는 갑질은 없는지, 학연·혈연·지연이 없는 판단과 결정을 하였는지, 우리가 살아가며 어떤 선택과 결정을 내렸는지, 내가 속한 지역·기업과 가족 속에서 공정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공정한 소비와 생산을 하며 공정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

공정하지 아니하고 차별이 많은 사회에선 이를 학습한 AI도 공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AI의 신속함과 공정함은 우리의 미래 세계를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끌어 주는 도구이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고, 경제적 번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만들고 어떤 모양새로 사용할 것인가 하는 숙제는 결국 인간의 책임이다. AI는 우리를 꼭 닮은 모습이기에 그러하다.

새해에는 차 운전을 하면서 과속하지 않으려 조심하고, 횡단보도 정지, 신호등 지키기 등 기본에 충실하려 이전보다 더 노력해 본다.

부모님께 전화를 자주 하고, 가족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남기며, 스마트폰 검색어에 신중을 기하고, 기사 보기도, 투표도 신중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데이터를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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