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알렉스 비어드 지음/ 신동숙 옮김/ 금담출판사 펴냄

![[책]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https://www.imaeil.com/photos/2020/01/23/2020012311142340387_s.jpg)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교육열(?)은 남다르다. 온갖 가짜 스펙을 위조·조작해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키면서 의사와 법조인으로 키우려 하다가 검찰에 의해 기소되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떳떳하고 당당하다. 오히려 "억울하다"면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대다수 서민·중산층 가정의 부모들은 자식들 보기가 민망하다. "부모 잘못 만나 너희들이 X고생하는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조국 가족의 불공정과 불법행위에 분개하기는 커녕 "조국 가족이 대체 뭘 그리 잘못했느냐?"며 옹호하고 나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부 세력의 준동은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한다.
교육, 더 엄밀하게 대학입시(또는 명문대 입학)는 우리사회에서 계층이동의 거의 유일한 사다리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모든 국민은 대학입시에 최소한의 공정성은 담보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와중에 '어떻게 해서든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조국가족류의 특권세력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하지만 우리는 좀 더 평등하게'를 되뇌이며 사회를 좀 먹는다.
교육계의 이상과 현실 사이 괴리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저자 알렉스 비어드는 영국 런던의 한 학교에 교사로 부임할 때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같은 선생님을 꿈꿨다. 하지만 기대는 무너졌고 아이들을 간신히 중등교육자격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을 받게 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가 글로벌 교육네트워크 '터치 포 올'에 가입하고, '미래의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21세기에 필요한 인재 역량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 이유이다.
이 책에는 알렉스가 2년간 전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형태의 교육기관을 탐사한 내용이 담겨있다. 그의 여정은 크게 세가지 과정으로 나뉜다. 첫째는 인간이 어떻게 배움에 이르는지, 우리 뇌의 능력은 어디까지이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지를 살펴보는 '새롭게 생각하기'이다. 둘째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의 위한 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것들을 찾아나가는 단계인 '더 잘하기'이다. 마지막 단계는 '더 깊이 관심 갖기'로 정리할 수 있다. 교육의 진정한 목적과 의미를 재정립하고자 한 것이다.
실리콘밸리 로켓십 페르자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교사 없는 교실인 러닝랩에서 노트북 앞에서 헤드폰을 쓰고 스스로 학습한다. 설립자 프레스턴 스미스는 아이들 각자 수준에 맞는 개별 학습이 가능하고, 기초적인 과정을 기계에 맞김으로써 교사들이 더 효율적이고 창조적인 부분에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을 제시한다.
영국 런던 킹 솔로몬 아카데미(KSA)의 설립자 맥스 하이멘 도르프는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학습 능력이 뒤떨어지는 아이들을 선발해 성적을 최상위로 끌어올리는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모든 아이들에게 적절한 지원·기대·환경만 갖추어진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 KSA의 규율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난이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그 규율을 잘 따른다.
세계적인 IT 인재 전문교육기관 에꼴42(프랑스)는 코딩 능력과 창의성, 협업을 강조한다. 이곳에는 교사, 학비, 입학 자격 조건 자체가 없다. 오직 미래 사회에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꼽히는 코딩교육에만 집중한다. 이 학교 졸업생들은 현재 IT 분야 고소득 직종에 취업하고 있다.
런던의 스쿨21은 아이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키워내는 데 주력한다. 사회에서 맞부딪치게 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실질적인 것들을 만들어낼 능력에 집중하는 것이다. 머리(지식)와 가슴(인성), 손(기술, 행동력)을 균형 있게 발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웅변·투자·손재주·전문성·생기·뛰어난 기량이라는 6가지 기둥을 중심으로 교육한다.
이뿐이 아니다. 품성 개발에 중심을 두는 브레이크스루 마그넷 스쿨,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키자니아, 핀란드 예술교육의 산실 히덴키벤 종합학교, 창의력을 키우는 몬테소리 학교,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MIT 미디어랩….
제 각각 목표도 다르고 운영 방식도 달랐다. 획일적 평준화 교육방식은 아이들의 미래교육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교육의 공통점이 있었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생님'이라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는 교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우하는 학교였다. 교사들이 스스로를 '단순히 월급 받는 노동자'로 생각하는 사회에서 아이들의 행복과 미래는 없는 셈이다. 학생들의 다양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시스템 없는 사회 역시 미래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 또한 명확하다.
이 책은 우리 한국사회의 교육제도와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 그리고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한다.
560쪽, 1만7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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