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 영어학계는 언론 보도에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이병민 교수와 미국의 메타메트릭스사가 한국의 수능시험과 초·중·고 영어 교과서들을 출판사별로 렉사일 평가(미국의 메타메트릭스사가 개발한 Lexile 인공지능 글 난이도 평가 엔진)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글의 수준이 비슷해야 하는 학교 교과서들의 글 난이도가 천차만별인 데다, 중·고등학교 교과서 난이도의 차이도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7세 영어유치원 교과서가 중학교 교과서보다 어렵다는 내용도 기사화되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물론 범세계적으로 영어 글에 대한 객관적인 난이도 평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로 영어 독서지수 사용이 삽시간에 확대되었고, 렉사일 없이는 객관적인 평가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예를 들어 ETS는 물론이고, MAP Test(미국 학력평가의 일종), SAT/ACT(미국 수능), TOEFL(미국 대학 진학을 위한 외국인 영어시험)마저도 렉사일을 기준으로 따른다. 전 세계의 많은 유명 출판사들도 도서나 교과서를 출시하기 전에 렉사일 평가를 받는다. 이제 우리나라도 영어 평가 면에서는 적어도 피해갈 수 없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부나 출판사들도 렉사일 지수에 발맞춰 각종 어학 시험을 준비하거나 계획할 것이다. 렉사일이라는 글 난이도 평가로 시작한 미국의 메타메트릭스사는 최근 미국 내에서도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던 듣기 점수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듣기는 물론 에세이 평가까지 인공지능 개발 및 평가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의미는 영어는 물론 전 과목 모든 시험이 문제은행이나 인공지능 평가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토플과 토익에서는 인공지능 평가가 상용화된 지 오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평가 개발이 활발하다. 최근 몇 년간은 AI 면접은 물론, AI 영어 면접이 관심을 크게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850여 개 회사가 한 회사에서 개발한 AI 면접을 보고 있다. 물론 AI 영어 면접도 개발되어 있다.
영어 인공지능 평가 면에서는 일본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이미 일본영어검정회는 2020년부터 인공지능 영어 말하기와 글쓰기 평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분명히 다가올 미래형 시험이다.
영어 교육 선진국이고,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는 왜 수능을 비롯한 많은 학교 시험들을 아직도 종이로 칠까? 그리고 왜 예전에 개발된 NEAT라는 실용성 있는 국가 영어시험은 소식이 감감한가? 우리나라는 입시가 불필요하게 자주 변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적어도 일 년에 단 한 번뿐이라는 비효율적인 종이시험이라는 '틀'은 반드시 깨어져야 한다.
먼저 기준점인 다양한 국가 공인 시험들이 실용성과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평가 항목도 바뀌고, 평가 방법도 컴퓨터나 모바일로 바뀌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불완전하다면 완전해질 때까지, 사람과 인공지능이 함께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 초·중등기관이나 학원, 사회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다가온 시험도 진화해야 한다. 인간과 대화하는 AI 스피커, 인공지능 학습, 자율주행 자동차와 비행 자동차도 이미 상용화 단계인 시대에, 유독 시험만 종이 시험일 필요는 없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시기가 문제이다. 우리나라도 세계 추세에 맞춰 영어 독서지수 개발은 물론, 한글 독서지수 개발을 시작으로 모든 면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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