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PK 처분에 맡겨진 TK 총선 공천권

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위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위원장, 이석연, 이인실, 조희진, 엄미정, 김세연.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위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위원장, 이석연, 이인실, 조희진, 엄미정, 김세연.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다음 달 5일까지 공천 신청을 받은 뒤 본격적으로 공천 심사에 들어간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을 포함한 공천관리위원 9명의 손에 사실상 칼자루가 쥐여지는 셈이다. 그런데 부산경남(PK) 출신 공관위원이 김 공관위원장을 포함해 3명이나 된다. 반면 대대적 물갈이가 예고된 대구경북(TK)의 경우 지역 인사가 한 명도 들어가지 못했다. 대구경북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유권자들로서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좌파 진영의 폭주와 장기집권 야욕을 막겠다며 한국당은 일찌감치 현역 의원 대규모 물갈이를 선언했다. 한국당으로서는 합리적 개혁 공천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인데 공천 심사에서 결정적 권한을 행사할 공관위원들 셋 중 한 명을 특정지역 인사로 채웠다는 점은 시비 소지가 분명히 있다. "집권 여당도, 보수 1야당도 다 PK판이냐"라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특히나 집중 물갈이 대상으로 TK 현역 의원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공관위원 명단에 TK 인사가 전무하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역 민심을 제대로 읽고 옥석을 가려야 하는데 공관위원들 면면을 보니 TK 여론을 제대로나 읽을 수 있을는지 의문스럽다. "TK 공천 운명이 PK 손에 휘둘리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울러 공관위는 한국당 전·현직 원내대표 5명으로부터 당내 의원 성적 등급을 A, B, C로 매긴 평가표를 받았으며 이를 활용하겠다고도 했는데, 이 5명 중에도 TK 인사는 없다.

혹여나 한국당 지도부가 무기력한 TK 현역 의원들을 대거 정리하고 그 빈자리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서울 TK'들을 낙하산식으로 내리꽂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는 대구경북 유권자들을 모독하는 행위다. 만일 이런 식의 칼질이 이뤄진다면 4년 전 공천 파동으로 새누리당이 대구 12석 가운데 4석을 잃은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공천 칼날을 휘두른다면 현역 의원들의 대거 무소속 출마나 신당 합류로 보수가 분열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모른다. 따라서 대구경북에서 제대로 된 개혁 공천을 하려면 한국당은 명망 있는 TK 인사 한 명 정도는 공관위원 명단에 올려야 한다. 지역 여론을 제대로 반영한 공천이 되어야만 반발도 최소화할 수 있고 개혁 공천의 명분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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