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종 코로나]"우린 중국인 아니에요. We are not Chinese!"

대구 외국인 관광 효자된 대만인들, 중국인으로 오해받기 십상
관광객을 향한 무분별한 공포 확산,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상처

1일 오전 10시쯤 대구 중구 서성로 대구근대문화골목 인근에 대만 관광객을 태운 대형 전세버스가 주차돼 있다. 김근우 기자 gnu@imaeil.com
1일 오전 10시쯤 대구 중구 서성로 대구근대문화골목 인근에 대만 관광객을 태운 대형 전세버스가 주차돼 있다. 김근우 기자 gnu@imaeil.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려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대만과 동남아 등 다른 나라 여행객들로 불똥이 튀고 있다. 관광객을 향한 무분별한 공포 확산이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 상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만 여권 보여주기까지

주말이던 지난 1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도 관광버스에서 우르르 내리는 단체 관광객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전 내내 대구 중구 서성로 근대문화골목 주변에는 단 3대의 관광버스만 머물다 떠났다. 그것도 3대의 버스는 모두 대만관광객을 태운 버스였다. 심지어 버스 앞에는 보란듯이 '대만 관광객'이라고 크게 붙여 놓고 있었다.

이곳은 오랜 기간 중국인 등 대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관광 필수 코스였지만 최근엔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근대골목투어 관광안내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곳을 찾은 관광객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이전의 30% 수준.

이곳을 찾은 대만 관광객들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대만 관광객 18명과 대구를 찾았다는 가이드 A(48) 씨는 "버스에 '대만인 관광객입니다'라고 써붙이고 다닌다"고 했다. 중국말을 하는 사람이 여럿이 함께 다니다 보니 중국인 단체 관광객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A씨는 "대만 여권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향한 무분별한 거부감이 불편하다"고 했다.

◆"We are not Chinese(우리는 중국인이 아닙니다)"

같은 날 중구 청라언덕 인근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 3명의 첫 마디였다. 대만인 관광객 샤오위(32) 씨는 친한 친구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베트남 친구 두 명과 한국에 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중국인과 대만인을 헷갈려 하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샤오위 씨는 "대만에서는 우리가 중국인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매우 건강한 상태로 여행을 왔고 한국에서 좋은 기억을 만들어 가고 싶은데 한국 사람들이 중국말을 쓴다는 이유로 꺼린다면 많이 슬플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샤오위 씨와 함께 여행 중인 베트남 관광객 흥(36) 씨 역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서문시장에서 쇼핑을 하다 상인에게 물건 값을 묻자 깜짝 놀라 물러서며 입을 틀어막고 손사래를 쳤다는 것이었다.

흥 씨는 "내가 외국인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자동적으로 중국에서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며 "말 섞기를 꺼리길래 한국말로 '중국사람 아니다'라고 했더니 그제야 안도하는 표정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조심하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방책이 없는 탓이다. 관광해설사 B(59) 씨는 "중국말을 하는 관광객이 보이면 마스크부터 쓰게 된다. 질문을 안 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지울 수 없다"며 "선입견인 줄 알지만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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