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추진한 문화도시 사업
대구만의 정체성 보이지 않아
문화를 통한 균형 발전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와 맞지 않아
지난 세밑, 제1차 문화도시 선정 결과가 발표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예비도시로 선정되었던 10개의 도시 중 7곳은 통과되었고 김해시와 남원시, 그리고 대구시는 탈락했다. 선정된 도시들은 최대 100억원씩의 국비를 지원받게 된다. 특이하게도 대구시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총괄할 본부장을 결과 발표 바로 직전에 공개 채용했다. 심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럴 거면 진즉에 뽑았어야 했다. 아니면 결과를 지켜본 후에 하든지, 어쨌든 대구는 떨어졌고 그 바람에 더욱 낭패를 당했다.
그리고 지난주, 대구시가 문화도시 추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예비도시에만 주어지는 한 번의 재도전 기회를 포기했다는 뜻이다. 사업의 성격상 대구시가 직접 하는 것보다 구·군 단위에서 일을 추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설명도 덧붙였다. 일리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나름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왜 탈락했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먼저, 다른 도시들이 모두 기초단체였던 데 비해 대구는 광역시였기 때문에 떨어졌을 거라는 말이 있다. 즉, 부잣집(광역단체)보다 가난한 집(기초단체) 먼저 지원해주자는 정부의 심리가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대구가 너무 원칙대로 일을 추진한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사업의 취지에 맞게 시민 중심으로 일을 꾸려가다 보니 진척이 더뎌졌고 그래서 행정기관이 나서 밀어붙인 다른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민 중심을 강조해 놓고 정작 심사에는 제대로 반영을 하지 않은 문화부의 잘못이 크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지역 차별을 당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야권 지역인 대구를 홀대해서 그렇게 되었을 거라는 의미다. 차라리 이런 말들이 진짜였더라면 마음은 더 편할지 모르겠으나 모두 잘못된 이야기다.
대구시가 문화도시 선정에서 떨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사업 계획과 방향이 정책 목표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의 문화도시 조성사업, '새로운 리듬을 만드는 문화도시 대구'라는 제목에서부터 '대구만의 것'이 보이지 않는다. '대구'를 빼고 다른 도시의 이름을 써 넣어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 대구의 정체성이 빠졌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시민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그렇다. 소위 활동가들만 빼곡하다. 그래서 문화도시 추진을 시민 중심으로 했다는 이야기는 시민과 문화단체를 혼동했다는 소리로 들린다. 재차 이야기하지만 대구가 문화도시에 떨어진 이유는 잘못된 답을 냈기 때문이다. 정부가 원하는 일 즉, 시와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이 사업에 참여한 소위 문화기획자, 예술가, 문화 활동가, 그리고 그 단체들에 혜택이 돌아가는 일들로 사업 내용을 채워 넣었기 때문이다.
한 지역의 문화는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그 자체인 동시에 그 지역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하지만 지역 간의 소득 격차가 문화 격차를 낳고 그것이 다시 경제적 격차로 이어지는 일들이 오래도록 반복되었다. 산업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수도권의 문화 자원은 다른 모든 지역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다.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종당엔 '문화가 꽃피는 나라'의 꿈마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이런 까닭에 지난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법정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이를 기반으로 나온 지역문화진흥책 중 하나다. 그 정책 목표를 개략해 보면 '문화를 통한 균형 발전과 성장', 그리고 '문화를 통한 공동체 활성화 및 사회혁신 제고'가 된다. 지역민 스스로 문화의 생산, 공유 및 확산의 주체가 됨으로써 지역을 움직이는 새로운 시스템과 동력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잘 되려면 정부 못지않게 해당 지역 또한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시 말해 문화도시를 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는 그 정책 목표에 맞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게 먼저다. 그러니 대구시는 '문화도시 선정에 왜 탈락했는가?'를 제대로 되새겨 봐야 한다. 그런 다음, 문화도시에 도전하는 대구의 구·군들을 도와야 한다. 그래야 지난 실패가 의미 없는 손실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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