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을 말하다] ③대입 수험생들이 겪은 교육 현장은

마인드맵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학교생활 관리
수업은 기본, 수능 공부에 드는 시간도 절약돼
수시와 정시 모두 문제 있어, 충실한 학교생활이 최선

대한민국에서의 대학입시는
대한민국에서의 대학입시는 '난관'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문제다. 경북고등학교 김예준, 양재표, 장원준(왼쪽부터) 학생은 성실함을 무기로 힘겨운 대입 관문을 넘었다. 경북고 제공

'학교생활에 충실했다.' 이른바 명문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이 흔히들 하는 말이다. 식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북고등학교 3학년 김예준(이하 김), 양재표(이하 양), 장원준(이하 장) 학생 역시 이렇게 얘기했다. 이들은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경제학부, 언론정보학과 등에 합격했다. 수능시험 성적 역시 상당히 좋았다.

김동기 경북고 진로진학부장은 "각종 교내 대회에서 교사들이 평소 성적을 떠나 학생들을 공정히 평가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수시와 정시에 대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효과를 봤다. 이들 세 학생이 합격 비결의 핵심이 '학교'라고 입을 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이 겪은 수험생활 얘기와 대입제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처음 고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 일상 생활은 어떻게 꾸려나갔나.

▶장=우선 학교생활의 '큰 그림'을 그리고 그에 맞춰 활동을 시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인드맵을 활용하라고 권한다. 마인드맵의 중앙에 목표 학과를 적어두고 가지를 뻗어가면서 여러 활동들을 계획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지를 치다 보니 내게 정말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다. 학생부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양=규칙적인 생활 흐름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매일 자정에 잠자리에 들어 오전 6시에 일어나려고 노력했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오전 7시 10분까지는 학교에 도착해 남들보다 1시간 더 공부하려고 했다. '아침 공부 1시간'은 내가 발전하는 데 없어서는 안됐던 습관이다. 특히 고3 때는 아침에 국어 공부를 집중적으로 했다.

-수업에 충실하라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학교 수업을 외면한 채 자습에 열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교 수업은 어떤 의미였나.

경북고 김예준 학생
경북고 김예준 학생

▶김=내게 학교 수업은 고교생활의 기본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수업에 빠지지 않고 충실히 보내려고 다짐했다. 고교 3년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이 학교 수업 때 절대 졸거나 자지 않는 것이었다. 피곤하더라도 수업 시간만큼은 두 눈을 부릅뜨고, 귀를 열었다.

▶양=우리 교육은 시험과 입시 중심으로 돌아가는 측면이 강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고교에서 배우는 과목의 내용들은 그 자체로도 매우 가치가 있다. 그래서 수업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실제 선생님들의 강의를 열심히 듣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 수업은 탐구활동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생활과 윤리' 과목에서 배운 롤스의 '정의론'에 흥미가 생겨 '교사-학생 학습공동체'를 조직, 친구들과 함께 최저임금과 정의론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 적도 있다.

▶장=학교 수업이 곧 수능 공부라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참여했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 수업에 제대로 참여해본 고교생이라면 공허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문학 수업 때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말씀한 작품이 수능시험에 출제되기도 했다.

학교 수업에 성실히 참여한 덕분에 수능시험 공부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은 정시로 대학에 갈 것이라며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는 친구들이 많다. 매우 안타깝다. 수업에 충실히 참여해 정시 대비에 도움을 받길 바란다.

-수시에서 내신 성적은 중요한 전형 요소다. 평소 내신은 어떻게 대비했나.

경북고 양재표 학생
경북고 양재표 학생

▶양=1학년 때 내신 성적을 잘 받고 싶어 학원에 많이 다녔다. 하지만 서너 개씩 학원에 다니다 보니 배운 내용을 스스로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그리고 성적은 더 떨어졌다. 2학년 때는 다니던 학원을 거의 다 그만두고 학교 수업에 최대한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선생님의 수업을 '출제자 직강'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필기했다. 배운 내용은 바로 소화하려고 애썼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했다. 토, 일요일에도 학교 자습실에서 심화문제를 풀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흔해 빠진 공부법이랄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이런 식으로 공부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김=공부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로 정해져 있지 않다. 자신과 궁합이 맞는 공부법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수학에 자신이 넘쳤지만 영어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시험 범위 내에 있는 교과서 영어 지문을 거의 외우다시피 하는 등 영어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영어 선생님에게 궁금한 점도 많이 물었다.

▶장=반복이 생명이라고 본다. 내신 시험은 외울 것이 많다.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 하나하나를 꼼꼼히 알고 있는 학생이 좋은 점수를 얻기 마련이다. 하지만 교과서를 한두 번 본다고 그런 부분들을 완벽히 습득할 순 없다. 빼먹는 부분이 없어질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해 보는 게 필수다.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개념들인데 공부를 거듭하면서 불완전하게, 또는 잘못 알고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된 경우가 많다. 겸허한 자세로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라고 권한다.

-대입제도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특히 지난해부터 수시 전형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수시 축소, 정시 확대 요구도 많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경북고 장원준 학생
경북고 장원준 학생

▶장=수시 전형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부분 중 하나가 공정성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정시 비율을 늘리고 수시 비율을 줄인다고 해서 이 부분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 교육제도는 성적에 따라 학생들을 줄 세우는 것, 어떻게든 학생들의 우열이 드러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게 바뀌지 않는다면 입시제도와 상관없이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수시냐, 정시냐를 따질 게 아니라 교육의 근본 틀을 바꾸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양=모두를 100% 만족시킬 만한 제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난 '정의로운' 입시제도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학생에게 유리한 제도가 가장 정의로운 것이다. 유명 대학들도 당연히 그런 학생들을 뽑고 싶어 할 것이다.

현재의 수시 전형은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적극적으로 자기 미래를 설계하려는 학생들을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충실히 학교생활을 한 덕분에 수능시험 때도 우수한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

▶김=지금의 입시제도가 만족스럽진 않다. 수시와 정시 전형 모두 많은 문제점과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학교를 믿고 잘 따르는 것'이라고 본다. 3년 동안 내가 속한 학교를 믿었다. 이곳에서 수행한 활동들과 공부가 '쓸 데 없을 수 있다'는 의심은 해본 적이 없다. 지금의 성과는 그 같은 믿음의 결과다.

수험생이 대입제도만 탓해봐야 소용이 없다. 그보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지, 얼마나 효과적인 입시 전략을 세울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게 우선이다. 경북고 김예준, 양재표, 장원준(왼쪽부터) 학생은 학교를 최대한 활용해 목표를 이뤘다. 경북고 제공
수험생이 대입제도만 탓해봐야 소용이 없다. 그보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지, 얼마나 효과적인 입시 전략을 세울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게 우선이다. 경북고 김예준, 양재표, 장원준(왼쪽부터) 학생은 학교를 최대한 활용해 목표를 이뤘다. 경북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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