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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단독 콘서트, 대구서는 볼 수 없는건가?

[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일반에 공개된 방탄소년단의
일반에 공개된 방탄소년단의 '맵 오브 더 소울 투어' 콘서트 일정.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작년 6월에 있었던 일이다. 친구도 만날 겸 여행도 할 겸 해서 주말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에 간 적이 있었다. 하룻밤을 잘 예정이었기 때문에 인터넷 호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 방을 검색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부산의 대부분 숙박업소의 예약이 꽉 차 있었다. 6월이면 피서철 성수기도 아니었고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에 열리니 아무리 생각해도 부산의 숙소가 동날 이유가 없었다. 겨우겨우 방 하나를 구해서 숙소에 도착했을때야 그날이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방탄소년단의 팬미팅이 열리는 날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방탄소년단의 '맵 오브 더 소울 투어' 콘서트 일정이 공개됐다. 4월 11·12일, 18·19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 8개 도시,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본 3개 도시를 거쳐 9월 일본 도쿄에서 마무리짓는 일정이었다. 중간에 6월 13일, 그러니까 방탄소년단 데뷔일인 그 날은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다. 일정이 공개되고 SNS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왜 한국은 서울 한 곳만 하고 일본은 네 곳이나 하느냐"는 푸념, 혹은 투정이 달려있었다. 반일 감정은 차치하고라도 '왜 우리나라는 서울 한 곳만 하느냐'는 말에는 공감이 갔다. 비단 방탄소년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공개된 (여자)아이들의 콘서트 일정만 봐도 한국 공연은 서울 뿐이다.

아이돌이 지방공연을 안 하는 이유로 '지방 간 형평성'과 '아이돌 특유의 무대 연출을 소화할 만한 공연장이 없다'는 이유를 가장 많이 든다. 게다가 '지방 팬이 서울에 오기 쉬워진 구조' 때문에 지방에 공연을 하러 갈 이유가 없어진 게 더 큰 이유로 작용한다. 아이돌 팬들의 금전적 화력이 어느정도 확보돼 있다보니 관광버스 한두대 씩 대절해서 서울로 공연을 보러 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대는 이유는 핑계에 불과하다. 광역시급 지역이라면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이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준하는 대형 스타디움이 하나씩은 있다. 지방 간 형평성의 경우, 오히려 안 내려오는 게 서울·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늘린다는 차원에서 더더욱 문제로 제기할 수 있다. 특히 관광버스 비용까지 들여야 하는 지방 팬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기까지 한다.

결국 아이돌 기획사들이 '지방공연은 투자한 만큼 수익을 못 뽑아내니까 안 한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 보게 된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한 군데만 열어도 투자비용을 뽑아낸다면 굳이 모험을 할 이유가 없는 게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니 기분이 매우 씁쓸해진다.

이 때문에 지방 팬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에 무슨 행사가 있으면 자기들이 좋아하는 '오빠'가 내려오지 않을까 엄청난 기대를 하고 내려오면 무슨 수를 써서든 그 행사장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쯤 되면 '오빠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팬들을 위해 그들이 한 번 찾아와줘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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