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사랑'은 캐나다 최고의 나이브 화가 '모드 루이스'의 일대기를 그렸다.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점점 굽어져 가는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열정에 불을 지폈던 모드의 그림은 맑고 순수한 동화 같다. 사랑과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임을 당당하게 그려나가는 예술가로서의 삶은 깊은 여운을 주었고,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모드의 삶을 그려낸 배우의 연기는 감동 그 자체였다. 연극배우로 시작했다는 '샐리 호킨스'.
에이슬링 월시 감독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종이에 적은 첫 번째 배우 이름이 샐리 호킨스였다고 한다. 감독의 훌륭한 캐스팅과 배우의 완벽한 변신이 이 영화의 성공을 이끌어냈다는 호평에 손색이 없다. 배우로서 누군가의 선택을 통해 기회를 얻는다는 것과 연출가로서 작품에 적격인 배우를 찾아낸다는 것은 큰 행운이며 창작에 빛을 내려주는 고마운 일이다.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고 지금의 샐리 호킨스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몰라도 분명 좌절과 시련은 있지 않았을까. 배우는 언제나 평가받고 때로는 선택받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직업이다.
배우로서 첫 오디션을 보던 날 현장에서 느꼈던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기 싸움은 숨 막히는 전쟁터 같았다. 누군가의 선택을 받기위해 몇 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재능과 매력을 발산한다는 것은 꽤 긴장되고 떨리는 일이었다.
실제로 오디션을 보던 중 노래를 하다가 쓰러진 후배가 있었다. 눈을 떠보니 심사위원들의 눈빛에는 걱정으로 가득했고, 재빨리 일어나 응급실로 직행했다는 웃기지만 슬픈 일화도 있다.
배우라면 꼭 거쳐야 할 관문이라 할지라도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될 지도 모를 불안감과 대처할 만한 순발력에 대한 압박감은 결코 그 순간을 즐길 수만은 없게 만든다. 누군가는 캐스팅이라는 합격의 영예를, 누군가는 탈락의 고배를 맛보면서도 다시 7전 8기의 도전 정신을 반복하기 일쑤다.
수년전부터 인재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진출자들은 그 어떤 무대도 소홀히 하는 법이 없으며, 그 무대를 지켜보는 심사위원들 또한 공정하고 평등한 경쟁을 위해 그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며 고민과 선택하기를 반복한다.
선택하고 선택받는다는 것. 결국 가능성을 전제로 한 소통과 협업의 힘을 가진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다. 가끔 오디션만 잘 보는 배우들이 있다. 잘못 뽑으면 팀워크가 산산 조각나고 작품의 방향이 흐려진다. 누군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나의 영혼의 동반자를 찾는 일과도 같은 일이기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4월 15일은 총선이 있는 날이다. 단지 오디션만 잘 치르는 사람 말고 진정으로 소통 할 수 있는 사람을 보는 안목을 발휘해 옥석을 가려내야 할 때다. 샐리 호킨스와 모드 루이스가 건네는 도전과 열정으로 지혜를 모아 '어떤 사람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자. 마음을 맞대고 공정하게 최고의 캐스팅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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