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토착 원주민 드라비다족의 후예인 인도 친구 싱에게 인도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물었더니 "무굴제국 악바르 대제"라는 답이 돌아왔다. "무굴제국이라면 몽골족 후손이 세운 나라 아닌가? 강제점령지인 인도에서 어떻게 성군이 되었는지?"궁금했다. 티무르의 5대손이며 몽골의 후손인 바부르는 1526년 파니파트 벌판에서 10배나 많은 인도 군대를 3시간 만에 무찔렀다. 바부르는 이 싸움을 고비로 인도의 새 주인이 되었으며 스스로 '인도 황제'(파드 샤)라고 선언했다.
인도 친구 싱은 인도의 외세 침략사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불행하게도 온순한 농경민족인 드라비다족은 북방에서 끊임없이 침략해 온 유목민족들에게 영토와 주권을 빼앗겼다. 기원전 15세기경 아리아족 침략,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 지휘하의 동방정벌군 침략, 기원후 10세기 이후부터 끊임없는 몽골족 침략 등 강대국의 침략은 드라비다족에게는 방어하기 힘든 버거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드라비다족인 인도 친구 싱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5천 년 역사에서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끊임없이 침략을 받아온 우리 민족사와 오버랩되면서 동병상련의 감정이 느껴졌다.
"중세시대부터 동서양에 걸쳐 지배력을 키워온 몽골족의 후손이 인도에서 어떻게 성군이 되었는지" 궁금했다. 싱은 바로 이렇게 답했다. 무굴제국의 발판을 마련한 사람이 바부르였다면 이 왕조를 명실상부한 대제국으로 끌어 올린 사람은 악바르(1542~1605)이다. 무굴제국 3대 왕인 악바르 대제는 다윗과 솔로몬에 비견될 만큼 용기와 지혜를 겸비한 성군으로 인정받았다. 그가 무굴제국 왕자로 태어난 것은 행운이었지만 불우한 성장 과정도 겪었다.
열두 살 때 부왕의 석연찮은 죽음으로 부왕의 심복인 신하가 왕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를 내세워 유모와 함께 궁중 밀실에 가두어놓고 전혀 교육을 시키지 않고 자라게 했다. 18세가 되었을 때, 그 신하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악바르는 신하를 제거하고 왕권을 장악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왕권 행사를 하기 시작하자마자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국가 장악력이 뛰어났으며 나폴레옹에 버금가는 군사전략가의 능력을 발휘했다.
악바르 대제는 1천㎞ 바깥에서 일어난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직접 코끼리를 타고 야무나강을 건넌 후, 3천 기마병을 이끌며 몽골족 특유의 질풍노도 같은 기동력으로 6일 만에 반란 지역에 이르러 반란군을 제압했다. 이렇게 군사전략가로서의 위력을 과시한 그는 인도를 강력한 제국으로 키우며 국력을 길렀다. 거대한 인도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델리를 수도로 정하고, 수도 델리를 중심으로 북방 인근 지역에 무굴제국 시대의 위세를 과시하는 많은 문화유적을 남겼다.
무굴제국 시대의 대표적인 문화유적으로는 타지마할궁전 무덤, 인도 라자스탄주(州) 자이푸르에 있는 천문 관측소인 잔타르 만타르, 아그라 붉은 요새 등이 있다. 특히 인도 타지마할궁전은 무굴제국 샤 자한이 사랑하는 왕비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기 위한 추모 왕궁으로 인도를 대표하는 이슬람 건축물로 세계 3대 조형건축 예술품에 꼽힐 만큼 중요한 인류문화재이다. 이 모든 인도의 빛나는 문화유적은 무굴제국의 기반을 다진 악바르 대제의 초인적 능력 덕분이다.
그러나 이런 가시적 문화유산보다 악바르 대제는 다양한 종교가 대국 인도를 분열시키는 주 요인임을 깨닫고 보편적 종교를 희구했다. 그는 철야기도를 드리며 만인이 따를 인류 보편종교를 계시로 알려달라고 신에게 간청했다. 그는 포르투갈 신부, 힌두 브라만, 자이나교 승려, 조로아스터 지도자 등을 궁중에 초대하여 진지한 종교토론회를 열었다. 그는 모든 종교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융화정책을 폈다. 그는 자신의 몽골 조상들이 숭상한 이슬람교의 교도임에도 제국 최대의 반대 세력이자 힌두교인 라지푸트족의 공주와 결혼하여 몸소 화합의 정치를 선보였다. 그의 자손들에게는 다른 종교에 대한 견문을 넓히게 했다. 훗날 두 손자는 기독교인이 되었다. 무굴제국의 황제인 악바르가 아쇼카 황제와 더불어 인도 역사상 '대제'의 칭호를 받는 이유는 '포용정책'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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