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박성미(36) 씨는 비혼주의자다. 남동생이 장가를 갈 때 그의 부모님은 "누나인 너부터 시집을 가야지"라는 말을 일절 하지 않았다. 이모들은 "여자가 능력이 있으면 결혼은 안 해도 돼"라고 격려해줬다. 친구들은 "시집 안 간 네가 부러워"라고 했다. 박 씨는 "한국에 사는 비혼주의자이면서 주변인의 잔소리를 듣지 않았다는 점에서 저는 매우 운이 좋은 게 아닐까"라고 했다.
◆현실은 '결혼 권하는 사회' 아냐
어려서부터 부모님에게 "꼭 결혼할 필요 없다"는 얘기를 듣고 자라서였을까. 현재 박 씨는 프리랜서 작곡가로서 결혼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밤에는 작곡을 하고 낮에는 강의를 다니며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는 등 주어지는 대로 일을 한다. 일상이 불규칙하고, 일 욕심이 많다는 점은 결혼에 있어선 걸림돌이다.
박 씨가 비혼을 결심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결혼을 하면 내가 나의 일을 일부 포기하거나 남편이 나를 뒷바라지해야 하지 않나. 결국은 어느 한 사람이 희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싫다"고 했다. 연인을 사귀지 않고 일과 연애한지도 꽤 됐다. "나이대가 맞는 남성은 보통 결혼을 염두에 두고 연애를 하기에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결혼한 동성 친구들이 마주한 현실은 비혼에 대한 결심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박 씨는 "요즘도 결혼하는 여자들이 퇴사를 권유받고 육아휴직도 굉장히 눈치 보고 쓰더라. 그러니 여자들의 결혼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도나 사회 분위기가 아직은 '결혼을 권하는 사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처음 만난 이들에게 '비혼주의자'라고 말하면 어김없이 걱정 섞인 말이 뒤따른다. '늙어서 아프면 어쩌나' '외로워서 어떻게 사나' 등 대체로 노후에 대한 막연한 우려다. 그럴 때마다 박 씨는 "아직 닥치지도 않은 노년을 위해 젊은 시절을 포기하고 싶진 않다"고 답한다. "외로움이나 병듦은 남편이 있든 없든 늙으면 누구나 겪는 일이잖아요? 혼자 살더라도 중장년 시절을 건실하게 보낸다면 노년의 제 삶도 그리 초라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소유욕보다는 성취욕 커
구미 본가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박 씨는 "캥거루족(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20, 30대의 젊은이)이라는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박 씨는 한 달에 200만원의 생활비를 보태고, 부모님 용돈도 따로 챙겨드린다. 어머니의 환갑을 맞아 어머니와 친구분들의 여행 자금으로 400만원을 쾌척했다.
박 씨의 어머니는 그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박 씨는 "제가 돈을 좀 벌면서 마치 어머니는 안 사람, 제가 바깥사람이 된 듯하다. 저는 바깥일만 하면 되는 입장이 좋다. 어머니의 존재가 결혼의 필요성을 희석시키는 면이 있다"며 웃었다.
그런 그도 최근 들어 독립을 생각하고 있다. 구미에 살며 최소 3, 4일은 대구로 출근하는데 일이 바빠지며 출퇴근 시간마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그러나 독립할 집을 알아봐도 마땅한 곳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4인 가족 기준의 아파트는 생활 소음이 많고 공간이 필요 이상으로 넓었으며, 청약통장이 있어도 청약에 당첨되기 쉽지 않았다. 1인 가구를 위한 오피스텔은 시내와의 접근성은 좋지만 의외로 생활 편의 시설이 부족했다.
박 씨는 적당한 평수의 생활 편의 시설을 잘 갖춘 젊은 1인 가구를 위한 주거공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새 젊은이들이 집을 얻으면 자기 취향에 맞게 집 구조를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많더라"며 자유분방한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에 맞춰 다양한 구조로 설계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저축과 보험에 월수입의 절반을 투자한다. 젊어서는 돈을 모자라게 쓸 지언정 나이가 들어서 경제적으로 쪼들려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플렉스(나를 위한 사치)'도 알뜰살뜰하게 한다. 박 씨는 "생활비를 제외하고 오직 나만을 위해 쓰는 돈은 한 달에 50만원도 채 안 된다"며 "커피를 좋아해 카페를 다니면서 돈을 좀 썼지만 두 달 전 커피 머신기를 구입하면서 커피 값마저도 아끼고 있다"고 했다.
"저는 좋은 것을 소유하는 데(소유욕)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보다는 좋은 것을 가질 자격과 경제력을 갖춘 능력 있는 사람(성취욕)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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