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대구로 유학 온 중국 산시성 출신 허문아(25·계명대 대학원 중국어학과) 씨는 요즘 중국에 있는 가족들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바쁜 스케줄 탓에 방학 때 고향을 찾지 못한 허 씨는 가족들에게 매일 전화해 안부를 묻지만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허 씨는 "중국 현지 마트 식품 재고도 다 떨어지고 통행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친구들한테 들었는데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가족들이 혹시나 굶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허 씨는 "함께 있어 주지 못한 가족들에게 그저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중국인 유학생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에 있는 '가족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건 물론 반중·혐중 분위기에 '나라 걱정', '본인 걱정'까지 겹시름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반중·혐중 인식이 퍼지면서 중국 유학생들의 심리는 크게 위축돼 있다. 한국 사람과 한국문화가 좋아 한국을 찾아온 이들에게 시노포비아(sinophobia) 현상은 당황스럽고 낯설기 때문이다.

저장성 출신 A(21·대구가톨릭대학교 무역학과 재학) 씨는 익명을 강하게 요청할 정도로 두렵다고 했다. A씨는 "중국어를 쓰면 사람들이 자리를 피해 한국어만 쓰려고 한다"며 "드라마 속 인정이 넘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반했는데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중국인을 비난하는 모습만 강해 슬프다"고 했다.
A씨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3월 개강을 앞두고 일부 대학 커뮤니티에 중국인 학생들을 비방하는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31일 영남대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중국인 유학생과 기숙사 방 배정이 될까 걱정된다', '학교에서 중국인 학생들 보면 겁날 것 같다'는 글이 적잖게 올라왔다.
지난달 26일 입국해 자가격리 중이라는 지린성 출신 유학생 B(30) 씨는 "이러다 정말로 유학생활을 못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원룸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고 자가격리 수칙을 지키고 있다. 학교에서 지시한 것도 있지만 스스로 택한 것이라고 했다. B씨는 "9일까지 자가격리를 하게 되는데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학교에 가기 어려울 거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해 무차별적인 중국인 유학생 혐오 글에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영남대 재학생 C(24)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부 선동글이 중국 유학생들에 대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같다"며 "실제 중국인 유학생들은 자가격리를 하는 등 예방 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 무작정 혐오감을 가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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