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으로 긴 겨울을 이겨 낸 나뭇가지에 꽃망울이 맺혔다.
입춘이 지나자 추위 속에서도 봄을 알리는 자연은 위대하다. 묵언수행하듯 겨우내 정지되어 있던 나무들이 깨어난다. 겨울나무는 운동선수가 동계훈련을 열심히 하듯 내면을 끊임없이 움직이고 땅 속의 자양분을 흡수하고 기운을 모은다. 온몸으로 눈바람에 맞서던 겨울의 초상들이 여린 잎눈을 보듬어 안고 기다림의 미덕을 꽃피우려고 한다. 느티나무는 둥치가 굵어지려는 듯 겉껍질이 일어나고 밖으로 밀어낸다. 양지바른 언덕에는 햇살이 따사롭다.
찬 서리를 맞고도 동백나무는 꽃을 피우고 차가운 눈바람 속에서도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는 건 굳은 약속에 대한 믿음 때문일까?
며칠 전 봄맞이를 위해 차실 내 먼지를 떨어내고 윤길중 씨가 화제를 쓴 죽농의 유작 매화 족자 한 폭을 걸었다. 한쪽 벽에는 일장 스님의 수선화와 차도구 그림이 있는 액자를 옮겨 놓았다.
매화도에는
梅經寒苦發淸香(매경한고발청향) 매화는 추위를 겪을수록 더욱 맑은 향기를 내고.
人逢艱難顯其節(인봉간난현기절)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수록 그 절개가 드러난다.
수선화 그림에는
"흰 구름은 옛 벗 밝은 달은 생애로세 이곳은 예로부터 물 흐르고 꽃피는 동천 가끔 지나는 사람 만나면 차를 다려 권하네."
차실을 정리하고 맑은 한 잔 차를 우려 마신다. 처마 밑 풍경소리는 바람에 일렁이며 청아하다. 자연과 연결되어 소리가 한 없이 맑다. 맑은 환경을 생각하며 감사를 느낀다. 세상은 이제 봄빛으로 깨어나려 하는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흔들린다. 인간이 살생 업으로 야생동물을 잡아먹고 그 과보로 신음한다. 그 살생의 무한한 파장이 모여 바이러스가 호흡 증상을 일으키고 감염시키며 상응한 대가를 치른다.
중국 최초의 약물학에 관한 서적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는 '박쥐가 눈을 밝게 해주고 기침, 말라리아 등을 치료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어서 보양식, 중의학적 약선 요리로 섭취한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박쥐를 섭취하는 원인에는 중의학적인 효능 이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한다. 박쥐의 중국어 표기는 蝙(편) 蝠(복)으로 (비엔푸)다. 여기서 박쥐를 의미하는 蝠(복) 발음(푸)와 복을 의미하는 福(복) 발음(푸)가 동일하다. 발음이 같거나 비슷하지만 다른 글자가 연상되는 해음(諧音) 현상으로 뜻을 풀어내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는 박쥐를 먹는다는 것은 福(복)을 먹는다는 의미로 풀이되어 박쥐를 먹는다고 한다.
확산되고 있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이 땅 위에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 모두의 공업 때문에 생겨났다. 업이라는 것은 행위에 대한 결과인데 별업이 있고 공업이 있다. 혼자 짓는 행위는 별업(別業)이고 대중이 함께 한 결과는 공업(共業)이다. 공업으로 전 세계가 바이러스 공포로 두려움을 겪는다. 마음속에 헛된 욕심을 덜어낼 때 재발되지 않는다. 마음은 진심과 망심 사이를 오간다. 선행을 가로막는 장애 가운데 으뜸은 욕심이다. 참회와 발원으로 인간만이 아닌 뭇 생명체를 살려내려는 상생으로 갈 때 평화로운 세상이 된다.
온 세상이 불타고 있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 불타고, 권력과 부와 명예와 사랑으로 불탄다. 이 불은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고 미래에도 지속된다. 인간의 이기심과 무지로 불은 자신에게만 머물지 않고 다른 사람이나 건물이나 물건에 불을 붙여 사회적 재앙과 파멸을 가져온다. 이 불타는 집에서 벗어나려면 남과 더불어 내가 상호 의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존재에 대한 연기를 자각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 진리에 눈뜰 때 마음에 사랑과 자비가 일어난다. 지혜와 사랑이 있는 사회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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