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 따른 비용이 올해 정부 예산과 맞먹는 513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가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더 이상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경우(탈원전),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원전 수명을 20년 연장해 계속 운전할 경우(탈원전 폐기)의 경제적 효과를 비교·분석했다. 탈원전 폐기로 이익이 513조원 더 많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런 내용이 담긴 정 교수의 논문 '탈원전 비용과 수정 방향'은 정부 출연 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연)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세계 원전 시장 인사이트'에 실렸다. 애초 정 교수에게 기고를 부탁한 것은 에경연이었다. 그러나 에경연은 그동안의 관행과 다르게 정 교수의 논문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기로 했고, 결국 일반인들은 논문을 볼 수 없게 됐다. 탈원전에 목을 맨 정부 입장만 따져 에경연이 탈원전을 비판한 학계 목소리에 재갈을 물린 셈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탈원전 비판 여론을 희석하려는 움직임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원전 경제성을 숨기려는 시도까지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경제성을 축소·왜곡했다. 2018년 한수원 자체 분석에서는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것이 3천7억원 이득, 회계법인의 중간 보고서에서는 1천778억원 이득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한수원·회계법인의 회의를 거친 최종 보고서에는 계속 가동 이득이 224억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탈원전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는 데도 정부는 탈원전이 신성불가침인 양 공론화조차 외면하고 있다. 탈원전 비용이 513조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이제라도 정부는 탈원전의 득실을 따지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탈원전 폐기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다. 탈원전 폐해를 인식하고, 정책 폐기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가래로도 못 막을 지경이 돼서야 탈원전을 폐기하는 우매한 짓을 저지르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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