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종코로나'에…택시기사들 "승객들 잔기침에도 가슴 덜컹"

"먹고 살기 바빠 의심 신고 난감"

6일 오후 동대구역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6일 오후 동대구역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4일 동대구역에서 4인 가족을 태워 하양으로 향하던 34년차 택시기사 A씨는 지금도 그날 생각만 하면 식은땀이 날 정도라고 했다. A씨는 "아기가 기침을 계속에 적잖게 신경이 쓰였는데 말이 어눌해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중국에서 왔다고 하더라"며 "가슴이 덜컹해 바로 택시를 돌려 인근 보건소로 갔다. 가는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자진신고했다간 자가격리가 될 텐데, 애들 돈 들어갈 일 천지인데 어쩌나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택시기사들이 떨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승객을 태우는 직업인 탓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확진자가 승객이 될 경우 자가격리 대상이 된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17번 확진자가 택시를 타고 이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긴장하고 있다. 17번 확진자를 태운 택시기사가 최종 음성으로 확인됐지만 택시기사에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위험은 상시적이다. 잔기침을 하면서도 마스크를 끼지 않은 승객도 적잖다고 했다. 하지만 택시기사가 마스크를 쓰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20년차 택시기사 B씨는 "개인택시다 보니 택시 소독을 사비를 들여 하고 있는데 계속 하기 쉽지 않다"며 "마스크를 하지 않고 타는 손님도 있는데 마스크 가격도 비싸 따로 비치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생활자금. 대구역에서 만난 15년차 택시기사 C씨는 "수입의 압박을 받는 입장에서 강제로 2주간 쉬어야 한다는 건 불합리하다"며 "아내와 자식이 있는데 국가에서 주는 돈은 터무니없이 적다"고 했다.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대상이 될 경우 정부는 생계급여를 지급한다. 그러나 일해서 버는 것에 비해 적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접촉자는 자가격리 대상으로 생활지원을 받는데 긴급복지 생계급여에 준하는 금액에 그친다. 격리기간 2주를 기준으로 1인 가구일 경우 45만4천900원, 4인 가구라면 123만원이다.

대구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D씨는 "태운 승객이 확진자로 드러나 혹여라도 자가격리 대상이 돼 경제적인 문제가 생기더라도 접촉자로 신고할 것"이라며 "더 큰 탈이 나는 것을 막고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선 자진신고가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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