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번 확진자 역학조사 허점은…추가 접촉자 가능성 우려

택시 다른 승객·동대구역 이용자…이동 경로 조사 과정서 사각지대
공항 검역 안되면 자진 신고 의존…자가격리도 하루 2회 전화로만 확인

7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확진자가 KTX를 이용해 대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6일 오후 동대구역에서 방역업체 관계자가 확진자가 방문한 역사 내 편의점을 소독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7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확진자가 KTX를 이용해 대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6일 오후 동대구역에서 방역업체 관계자가 확진자가 방문한 역사 내 편의점을 소독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진환자가 대구를 방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질병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특히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가려내는 역학조사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추가 확인을 통해 새로운 접촉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추가 접촉자 발생 가능성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확인해 접촉자를 찾는 역학조사에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4, 25일 대구를 방문한 17번 확진자의 대구 내 접촉자는 6일 현재 14명이지만, 동대구역 내 접촉자와 다른 택시 이용객 등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접촉자 조사는 질병관리본부와 해당 지자체 역학조사반이 확진자에게 진행한 설문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구체적인 동선과 접촉자 범위를 파악한 뒤 폐쇄회로(CC)TV와 확진자의 금융결제 조회, 전화통화 내역으로 범위를 좁혀나가는 식이다.

이러한 조사 방식으로는 밝혀지지 않은 추가 접촉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명절에 많은 사람이 오가는 동대구역의 경우 플랫폼에서 출입구로 이어지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통로 그리고 택시 정류장 등에서 불특정 다수와 접촉했을 확률이 적잖다.

대구에서 이용했던 택시도 감염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 확진자가 택시 내부를 오염시켰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이후에 같은 택시를 이용했던 다른 승객의 감염 우려도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종코로나의 주된 전파경로가 비말(침) 감염이어서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스쳐간 사람의 경우 감염 확률이 낮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편의점과 같이 밀도가 있는 공간의 경우 감염 우려가 있어 편의점 직원을 관리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했다.

이어 "시는 질병관리본부의 1차 역학조사를 기반으로 추가 조사를 하고 있고 아직 추가 접촉자 여부는 알 수 없다"며 "하지만 추가 접촉자가 생길 가능성도 있는 만큼 조사를 늘려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 대응지침 문제 드러나

대상자를 선정하고 자가격리 하는 등 관리의 기준이 되는 질병관리본부 대응지침도 한계를 보였다. 지침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하고 발열과 폐렴 등 증상을 보인 사람이 신고 대상이지만, 17번 확진자는 싱가포르를 다녀와서 11일 만에 감염이 확인됐다. 지침을 벗어난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중앙방역대책본부는 7일부터 중국 이외 지역 방문자도 증상이 의심되면 진단검사를 하기로 뒤늦게 결정했다.

공항 검역단계에서 감염이 확인되지 않으면 자발적인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의료기관이 의심 환자를 신고하게끔 규정하고 있지만, 이 역시 병원 등을 찾지 않으면 감염자가 밝혀지기 어렵다.

대구시 보건건강과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중국 이외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을 전수조사하라고 지침이 없었다"며 "앞으로 지침이 바뀌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자가격리가 이뤄져도 허점이 있다. 현재 보건소에선 자가격리 상태를 매일 2회 전화로만 확인하고 있다. 언제, 몇 시간 간격으로 확인해야 하는지 세부지침이 없다. 또 자가격리 대상자는 가족 구성원과 얼굴을 맞대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화장실과 부엌 등의 공간은 분리하기가 어렵다.

이경수 영남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대상자 선정과 관리, 확진자 이동에 따른 방역 등에 대한 세부지침 없어 보건소별 재량에 맡기고 있는 실정"라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큰 틀의 관리방안만 제시하고, 상황별 관리지침은 지자체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경수 교수는 "지자체 차원에서 전문가 자문을 받고 상황에 따라 대응 정도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17번 확진자의 경우 택시 안에서 마스크를 벗었는지, 기침했는지,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창문을 열고 갔는지 등에 따라 방역 정도와 관리 범위가 달라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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