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춥지 않았던 겨울의 끝자락에 와있는 2월 어느 날. 겨울은 끝이 나지만 봄을 맞을 채비에 부산스런 하루가 지나간다. 봄이 오면 새싹이 돋고 꽃이 피며 새 학기가 시작된다.
사람들의 편의에 의해 갈라 놓은 연도, 월, 일이라는 틀보다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봄이 진정한 시작의 느낌이 든다. 이런 새로운 시작을 앞두면 항상 설레는 마음이 들고 또, 희망에 찬 미래를 꿈꿔보기도 한다.
필자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앞둔 2월이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올해는 모 대학 야구부와 축구부의 팀 주치의를 맡아 책임감이 더 큰 한해가 될 것 같다. 필자에게는 새로운 분야인 스포츠 의학의 역사는 외국에서는 상당히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시작이 많이 오래되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또, 물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지역 내에서는 스포츠 손상에 대한 연구와 활동이 아직은 많이 활발하지는 않은 것 같다. 국민소득 증대에 따라 여가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젊음 유지를 위해 다양한 체육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에 동반되는 스포츠 손상도 일반인 및 동호인에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운동선수가 진료를 받으러 온 적이 있었다. 몇 해 전 경기 도중 전방십자인대파열로 수술을 받은 그는 충분한 휴식과 재활 치료 없이 경기에 투입되었다. 다시 같은 부위의 손상을 입은 선수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나 정지동작을 많이 하는 운동선수들에 많이 발생한다. 잘못된 착지 동작이나 비틀림, 태클 등을 통한 직접 접촉이나 충돌에 의해 잘 발생한다. 여성 운동선수가 특정 스포츠에서 남성 운동선수보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의 위험성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이 보고에 따르면 남녀간의 신체적 조건, 근력 및 신경학적 반응의 차이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또 골반과 하지의 정렬, 인대의 탄력 정도 및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의한 차이라고 보고된 바 있다. 손상이 있게 되면 '뚝'하는 파열음이 들리는 경우가 있다. 통증과 부종은 그냥 놔두어도 2~3주 내 소실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계속 운동하면 불안정한 느낌을 가질 수 있고 무릎의 관절운동 범위가 감소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진단을 위한 여러 가지 이학적 검사들이 있으며 MRI로 전방십자인대의 파열을 확인할 수 있다.
치료는 환자의 상태와 활동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고령으로 관절염이 많이 진행된 경우 관절내시경과 MRI 상 50%미만의 작은 부분 손상이 있다면 수술적 치료인 재건술이 필요 없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보조기 착용과 함께 무릎 기능 회복과 근력 강화를 위해 재활 치료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50% 이상의 파열이 나타나는 경우와 젊고 활동적인 환자의 경우에는 십자인대 재건술을 실시하게 된다.

전방십자인대파열은 단순 봉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릎의 안정성을 얻기 위해 손상된 인대 조직을 제거하고 새로이 인대를 만들어 주는 재건술이 필요하다. 이때 이식건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자가건을 사용하거나 동종이식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모든 이식건에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 주치의와 의논해야 한다.
수술 후 스포츠 활동 복귀는 수술방법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10개월 이상 되면 복귀가 가능하다. 급성 손상의 경우는 관절 내 피가 고이는 혈관절증이 생기고 통증으로 관절운동 제한이 심하기 때문에 바로 수술적 치료를 하지는 않는다. 보통 무릎관절운동범위가 다치기 전 상태가 될 때 수술을 한다. 관절운동 범위를 얻지 못하고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하는 경우에는 관절섬유증, 섬유화로 인해 무릎 관절운동이 수술전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고 관절운동 범위를 얻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술적 치료 후에도 초기에는 관절운동 범위 회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후 점진적인 근력운동으로 일상생활 복귀를 가능하게 하는 재활치료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된다.
운동선수들을를 많이 만나게 되는 필자의 경우, 위와 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수술하며 재활치료를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조금 달라 안타까울 때가 간혹 있다. 학생들은 진학 문제로, 직업선수들은 생계 문제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여진다.

짝이 있어 좋은 것들이 많다. 숟가락 옆에 놓인 젓가락, 신발 한 켤레, 붓과 캔버스, 피아노의 검은 건반과 흰 건반, 밥그릇과 국그릇. 하나만 있으면 왠지 허전해 보일 것 같은 것들. 모든 일들이 그렇지만 필자의 직업도 상대가 있어야 되고, 또 그 대상이 좋아지고 기뻐하는 걸 볼 때 보람을 느끼고 기뻐진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하나의 팀이 되어 한 목표만 바라보고 나아갈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운동선수 치료 뿐만 아니라 일반 환자 진료 때도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모든 인력이 다같이 노력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노력하는 한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대구 올곧은병원 우동화 병원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