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가 4·15 총선에서 여야 유력 차기 대선주자 간 정치 생명을 건 싸움터이자 전체 판세를 가를 선거구로 떠올랐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권의 첫 총리로 취임해 역대 최장수 재임 총리 기록을 세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곳에서 맞붙겠다고 결단해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빅매치'에서 누가 웃을지, 누가 대선가도를 장애물 없이 쾌속 질주하게 될지 관심이 뜨겁다.
◆'이낙연 우세' 지배적…'정권 심판론'이 黃 반등 기회
7일 현재까지는 지난달 종로 출마를 공식화하고 선거운동에 돌입한 이 전 총리의 낙승을 점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근거가 각종 여론조사이다.
SBS가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서울 종로구 유권자 500명(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 ±4.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해 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53.2% 지지율을 기록, 26.0%에 그친 황 대표를 더블스코어 차로 앞섰다.
게다가 이 전 총리는 리얼미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8개월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황 대표를 압도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영남이나 호남 선거라면 대선주자 지지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지만 서울 종로는 '전·현직 국회의원 120여 명, 교수가 3천여 명이 사는 동네이자, 하루 유동 인구가 수백만 명인 곳'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계층이 사는 곳이다. 전국적 흐름과 궤를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종로에는 보수 성향이자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대표를 지낸 이정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 선언해 보수표 분열이라는 변수까지 생겼다. 또한 19·20대 총선 때 정세균 총리가 연승하며 한국당의 지역구 조직이 와해된 탓에 상황이 더욱 어렵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 의원이 우리 당 대표까지 한 분이라 포기해주면 좋겠지만 완주 의사가 강해 난감하다"며 "심지어 종로에는 조직과 당원을 관리하는 당협위원장도 없다. 정인봉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하다가 이숙연 전 종로구 의원이 그나마 관리를 해왔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이 패배하고서 조직이 무너진 상태"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황 대표의 '뒤집기'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그가 장고를 거듭한 만큼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에 출사표를 던진 것 아니겠느냐는 기대와 함께 조국 전 장관 비리 의혹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여권에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어 선거의 흐름이 한국당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황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추경호 의원은 "대표가 유불리를 따지고 종로 출마를 결정한 것은 절대 아니다. 황 대표가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와 대결을 펼치는 것은 '문재인이냐 반문재인이냐'의 싸움이며, 문재인 정권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정권 심판론'으로 연결돼 종로와 전국적 승리를 이끌어 줄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김태호 험지 차출 요구 거세질 듯
정치권에서는 이번 결심으로 '지도자급 중진'의 험지 차출 요구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장도 황 대표 출마 선언 직후 "공관위는 곧 추가 공모, 중량급 인사들의 전략 배치 등 필요한 후속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경남에서 출마 준비 중인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와 지역구가 미정인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수도권 험지로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황 대표가 홍 전 대표, 김 전 도지사, 김 전 비대위원장 등에게 험지 출마를 강권하면서 정작 자신은 종로 출마를 망설이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심지어 "황 대표의 말은 '이순신'이었는데 행동을 보니 '원균'보다 못하다"며 "원균은 나가 싸우다가 박살 나서 죽기라도 했는데 황 대표는 나가서 싸우려고 하지도 않는다. 지도자 자격도 없다"는 비난도 있었다.
하지만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리더십 논란도 잦아들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황 대표가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내가 먼저 죽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의 중진의원들도 저와 생각이 같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종로 출마를 선언한 만큼 홍 전 대표, 김 전 비대위원장, 김 전 도지사 역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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