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야, 방귀 뀌었지?"…낙농국가 웃지 못할 '방귀세'

[김영호의 과학 레시피] 소 한 마리 매일 방귀·트림 160-320L
질긴 섬유질 되새김 과정서 메탄가스 …유엔식량기구 지구온난화 원인 꼽아

소 방귀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심해진다며 소고기를 먹지 말자는 시민운동에서부터 세금을 매기려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소 방귀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심해진다며 소고기를 먹지 말자는 시민운동에서부터 세금을 매기려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스위스 알프스 산의 가파른 산비탈에서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어디선가 목동이 부르는 요돌송이 들려올 것만 같은 목가적인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과도 같다. 그런데 요즘 소가 풀 뜯어먹고 방귀를 뀌고 트림을 하는 바람에 세계 곳곳이 난리다. 소 방귀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심해진다며 소고기를 먹지 말자는 시민운동에서부터 세금을 매기려는 나라들에 이르기까지 사태가 점점 심각해져가고 있다. 깨끗한 풀만 먹고 사는 온순한 동물인 소가 방귀를 좀 뀐다고 왜 이리 호들갑일까? 사실 이 문제는 유럽에서 이미 십여년 전부터 골치 아픈 것으로서 단체들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그 심각한 내막을 들여다보자.

소 한 마리는 방귀와 트림으로 매일 160에서 320 리터의 메탄가스를 방출한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소 한 마리는 방귀와 트림으로 매일 160에서 320 리터의 메탄가스를 방출한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소 방귀가 지구온난화의 원인?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설마했다. 그런데 소가 방귀를 뀔 때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메탄가스를 많이 방출한다는 말을 듣고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보통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라 하면 이산화탄소가 생각난다. 그러나 이외에도 메탄가스와 이산화질소 등이 있다. 특히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양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메탄가스는 열을 붙잡는 파워가 이산화탄소보다 28배나 강한 온실가스라고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는 2016년에 발표했다.

소 한 마리는 방귀와 트림으로 매일 160에서 320 리터의 메탄가스를 방출한다. 이것을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바꾸면 1년 동안에 3톤의 양을 방출하는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15억 마리의 소가 살고 있어서 이들이 매일 방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설상가상으로 메탄가스 방귀를 뀌는 동물은 소뿐만이 아니다. 풀을 먹고 되새김질을 하는 양, 염소, 사슴, 낙타, 기린 등 되새김 동물들이 모두 메탄가스 방귀를 뀐다. 지구상에는 이러한 되새김동물이 30억 마리 이상이나 살고 있다고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업을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 중 하나라고 2006년에 발표했다. 또한 사람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 소와 염소 등 가축에 의한 것이 14.5%나 된다고 유엔이 2013년에 발표했다.

소비자가 1 kg의 육류를 소비함으로써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하면 양은 39.2 kg을 배출한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소비자가 1 kg의 육류를 소비함으로써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하면 양은 39.2 kg을 배출한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육류세가 만들어지고 있다.

유럽에는 '죄악세(Sin Tax)'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담배나 마약과 같이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것에 부과하는 간접세다. 그런데 최근에 술과 설탕에 이어 붉은 육류에도 이 죄악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로 죄악세의 일종인 '육류세(Meat Tax)'인데 소와 돼지 등 붉은 육류에 부과하려는 것인데 독일, 스웨덴, 덴마크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왜 하필 붉은 고기에만 세금을 더 부과하려고 할까? 소비자가 1 kg의 육류를 소비함으로써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하면 양은 39.2 kg이고, 소는 27 kg이고, 돼지가 12.1 kg이고 닭은 6.9 kg이라고 미국 워싱턴 DC의 환경워킹그룹(EWG)이 발행한 자료에 나와있다. 따라서 메탄가스를 많이 내뿜는 양과 소의 육류 소비를 많이 한다면 닭과 같은 다른 고기를 같은 양 소비하는 것보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훨씬 커진다. 전체적인 육류 소비를 줄여야겠지만 특히 환경에 해로운 붉은 육류에 세금을 매겨서 소비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방귀세를 매기는 나라들

지구촌의 여러 나라들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함께 줄여나가기로 정했다. 1997년에 교토의정서가 만들어지고 2015년에 파리 기후협정까지 발효되자 각 나라마다 온실가스 배출감소에 비상이 걸렸다. 그렇다고 소에게 풀을 적게 먹고 방귀를 적게 뀌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일명 '방귀세(Fart Tax)'라는 것을 만들어 세금을 매기는 나라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낙농업을 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소 방귀와 관련된 법안을 2016년에 만들었다. 새로 만들어진 법에 의해서 캘리포니아의 농부들은 가축으로부터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2030년까지 2013년의 배출양 수준보다 40%나 감축해야 한다. 또한 주정부는 5천만달러의 자금을 투입하여 농부들이 가축이 방출한 메탄가스를 에너지로 전환하여 전기회사에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사용하기로 정했다. 이에 따라서 2017년에 농가에서 가축이 배출한 메탄가스를 포집하여 트럭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진행되었다. 소 방귀에서 메탄가스를 모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한다니 좀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사실 우리가 LPG 가스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나라 전체 메탄가스의 25%를 소가 배출하고 있다. 따라서 에스토니아는 2009년부터 소 사육 농가에 방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일랜드는 소 한 마리당 18달러의 방귀세를 매기며, 덴마크는 110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방귀는 뀌었지만 여전히 억울한 소

소가 말을 한다면 억울하다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항소할 것 같다. 방귀와 트림은 참기 힘든 생리현상일 뿐만 아니라 소가 풀을 뜯어먹고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가스를 방출하는 것이다. 소는 질긴 섬유질의 풀을 직접 소화시키지 못한다. 소가 풀을 뜯어먹으면 위에 저장되고 거기에서 세균들이 풀의 질긴 섬유소를 분해하여 소화가 잘 되도록 돕는다. 바로 이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그러니까 소가 메탄가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세균들이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하필 그 세균들이 소의 위에서 메탄가스를 만들기 때문에 소는 어쩔수 없이 방귀와 트림으로 그 가스를 방출한다. 그렇지만 소 방귀에 매겨진 세금은 소가 아닌 농부가 낸다. 이처럼 방귀세를 둘러싼 복잡한 삼각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소 방귀와 관련된 지구온난화 문제를 살펴봤다. 사실 이것은 온실가스인 메탄가스가 많이 방출된다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파괴와 우리의 건강 악화와도 맞닿아 있다. 많은 소를 사육하기 위하여 삼림이 파괴되고 토지가 황폐화되는 것도 소 방귀 못지않게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다. 또한 현대인이 소와 같은 붉은 육류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함에 따라 암,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도 주목해 봐야 한다. 따라서 최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구온난화 방지, 환경보호, 질병예방 등을 위해 소고기와 같은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이제 지구환경도 보호하고 우리 건강도 지키도록 육식을 조금 줄이고 채식을 늘려가는 식습관 개선을 생각해 볼 때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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