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 불가능의 가능성

서성희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서성희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대구 출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총 4개 부문을 수상하며 101년 한국영화 역사뿐만 아니라 92년 아카데미의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갔다.

후보작이 발표되던 지난 1월 봉준호 감독은 미국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상은 로컬(지역) 시상식"이라고 말하며, 미국 영화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함을 꼬집는 재치와 여유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카데미상은 92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영화상임에 분명하다. 아카데미상의 권위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약 9천500명의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투표로 뒷받침된다. 한국인 회원은 박찬욱, 이창동 감독, 이병헌, 최민식, 홍경표 촬영감독 등 약 40명이며,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이 자신이 속한 부문에 투표를 할 수 있다. 특히 작품상이 남다른 의미가 있는 건 각 부문의 회원들의 표를 모두 집계한 순위로 9개 작품이 후보에 오르고 다시 순위를 정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작품상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아카데미상 92년 역사에서 최초로 비영어권 영화로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되었다. 더 나아가 지난해 예술영화에 손을 들어주는 유럽의 엘리트주의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가장 대중적인 영화상인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두 번째 작품으로 세계영화사에 남게 되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작품상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던 '1917'을 보고 난 후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리적인 작품성을 비교하기보다는 70%가 넘는 백인으로 구성된 아카데미 회원들이 지금까지 보수성과 안정성이라는 선택을 해왔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카데미상 수상이라는 불가능의 영역을 가능성의 영역으로 이끈 힘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그건 바로 불가능은 동전의 양면처럼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며,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 사람들의 인식의 전환에서 시작되었다. 결론적으로 이미 '기생충'은 불가능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인식이 그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불가능의 가능성을 보여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켜보면서 대구에서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가능하다'라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 출신인 영화인 봉준호를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대구에서도 영화인의 삶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토양 위에 대구에서 "가장 개인적인 영화로 가장 창의적인 영화를 만들겠다"라는 가능성을 가슴에 품은 영화인을 길러내야 한다. '불가능의 가능성'이야말로 대구가 가장 창의적인 영화 제작 도시로 한 걸음 성큼 다가설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주문이라 믿는다.

서성희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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