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근대골목투어 제2길 진골목을 나가다보면 정소아과 앞에서 '한국의 집'이란 간판을 단 커다란 한옥건물을 만나게 된다. 그곳을 지나는 관광객은 물론, 대구에서 오래 산 시민들조차 '그 한옥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한국의 집이 진골목과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누가 대체 뭐 하려고 이런 상업적 요지에 대형 한옥을 지었을까"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한국의 집 주인장인 신홍식(67) (사)대구아트빌리지 대표를 만났다.
▷얼핏 보기에도 한옥의 규모가 상당해 보인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이곳에 한옥이 아니라 빌딩이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 본관 건물(188.1㎡)과 안채(79.2㎡), 마당과 주차장을 모두 포함하면 1천320㎡(400평) 정도된다. 땅값과 건축비 등을 포함해 100억원 정도 투입되었다. 처음에는 미술관을 구상했다. (사업가 출신의 신홍식 대표는 동시작가이면서 화가이기도 하다) 건설사에서는 13층짜리 빌딩을 짓자고 제안해왔다.
그런데 대구근대골목투어 핵심지역인 이 곳에 빌딩을 짓게 되면, 대구시민과 국내외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대구근대골목투어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의 경제적 이득보다 대구문화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직접 한옥을 스케치했다.
▷ 이 지역은 중심상업지역으로 알고 있다. 한옥을 신축할 수 없는 곳이 아닌가?
- 사실 한옥을 신축한 것이 아니라 개축한 것이다. 대구시민들이 잘 알고 있는 정소아과 건물은 1924년 당시 대구 최고의 부자였던 서병국의 집이다. 그 앞에 위치한 한국의 집 안채는 그에 앞서 서병국의 사촌이 1919년 9월 18일 상량한 대형 한옥이다. 그 때 이미 실내 화장실을 설치했고, 건축 자재 역시 가정집에선 보기 드문 대형 통나무를 사용했다. 비록 양쪽에 위치한 사랑채는 소실되었지만,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집이다.
인근 한옥을 추가로 사들여 그 규모만큼 개축을 해 현재의 한국의 집이 지난해 10월 준공되었다.
▷ 왜, 이름이 '대구의 집'이 아니고 '한국의 집'인가?
-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도시, 대구'라는 관점에서 '한국의 집'이라고 이름 지었다. 안채와 한국의 집 본관의 문은 모두 '들문'으로 되어 있다. 필요에 따라 모든 문을 들어 올리면 대구근대골목 전체와 한국의 집이 완전히 소통할 수 있는 구조이다.
▷ 대구근대골목을 따라 난 한국의 집 담벽에 설치된 '정조대왕 화성 반차도'가 이색적이다. 무슨 사연이 있나?
- '정조대왕 화성 반차도'는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정조의 효심을 잘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말·사람 등 1천800여 등장인물의 표정과 동작이 모두 다르다. 김홍도 김득신 등 당시 최고의 궁중화원이 총동원되어 만들어진 세계적 걸작이다. 이게 책속에만 갇혀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10년 전 계명대 미대 학생들과 협력해 100호짜리 67개 그림으로 재현해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학생문화센터, 인터불고호텔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그후 보관할 곳이 없어 창고에 쌓여 있는 게 현실이다.
이걸 다시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거쳐 도자기판에 인쇄(전사)해 '한국의 집 담'에 부활시켰다. 도자기판을 1천300도에도 두 번 굽는 과정을 거치면서 터지고 뒤틀리는 경우가 많아, 이 작업에 무려 2년 6개월이 소요되었다. '돈' 때문에 부모자식간, 형제간 다툼이 끊이지 않는 현대인에게 '효'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 취지를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언어로 밝혀 놓았다.
▷ 앞으로 한국의 집이 어떻게 활용될까 하는 것이 대구시민의 큰 관심사인 것 같다.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 솔직히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안채는 한옥카페로, 본관은 국악·클래식 등 작은음악회와 전통혼례 장소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대구의 소중한 도심속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 바람이자 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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