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발자국은 인간이라는 경이로운 미지의 숲을 탐구하면서 과학자들이 내디딘 열두 발자국을 줄인 것입니다."(11쪽)
저자는 책 제목을 정한 이유를 이와 같이 말했다. 제목을 고민하다가 소설가 움베르토 에크의 《소설의 숲으로 여섯 발자국》을 연상했다고 했다. 저자는 '백인천 프로젝트'라는 야구 프로젝트부터 르완다 IT 기술 사업,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건축가들과 함께 하는 '마인드 브락 디자인랩' 활동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과학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가 '뇌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어떠한 존재인가?'를 주제로 삶에 대한 성찰과 사유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1부에는 '더 나은 삶을 향한 탐험'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뇌과학을 통해 얻은 삶의 성찰을 중심으로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2부는 '아직 오지 않는 세상을 상상하는 일'이라는 소제목으로 뇌과학을 통해 발견하는 미래의 기회를 주제로 여섯 편의 글을 엮었다.
글의 내용은 의사결정, 창의성, 놀이, 결핍, 습관, 미신, 혁신, 혁명 등의 다양한 내용을 뇌과학적 원리를 통해 해석하고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사유하던 것들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신선해서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다.
"젊은 시절 지도 그리기를 게을리 하면, 여러분만의 시각이 담긴 지도를 그들에게 보여줄 수 없습니다. 지도를 그리는 빠른 방법이란 없습니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시간만이 온전한 지도를 만들어줍니다."(60쪽)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하고 사는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정관념이 강해져서 자신의 좁은 잣대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자는 유치원생의 마음으로 미친 듯이 세상을 탐구하라고 뇌과학의 원리를 근거로 들어 말한다.
책의 부록에는 리더십과 창의성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 있다.
"창의성은 학습에 의해 증진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저자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 라고 답하면서 창의성에 대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창의성이라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가, 누구의 영향을 받는가, 누구의 책을 보는가, 어떤 경험을 쌓는가에 따라 길러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386쪽)
창의성이 특별한 누군가만 지닐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어떠한 생각을 발전시키려는 꾸준한 노력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일러스트레이터 김한민은 '스티브 잡스는 천재가 아니라 집요했을 뿐이다' 라는 글과 천동설이 난무할 때 지동설을 발표한 코페르니쿠스의 '견디는 힘'을 예로 들며 저자의 생각에 적극 동의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올해 신수를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불안한 마음에 미래를 점쳐서 알고 싶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모든 일은 내가 만들어낸 생각들로 인해 일어난다는 것을 책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복잡해 보이는 광활한 우주도 단순한 뇌과학적 원리들이 얽히고 설키어 복잡해 보이는 건지도 모른다.
유쾌하고 명석한 뇌과학자의 생각을 엿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수진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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