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 달 넘긴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 파괴되는 법치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법원이 발부한 합법적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되지 못하는 법치 증발 사태가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이다. 압수수색에 협조하는 것 자체가 선거 개입·하명 수사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청와대는 4·15 총선까지 무조건 버틸 것이라는 게 여권 내부의 전언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10일 자치발전비서관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적법 절차에 따르지 않은 위법 수사"라며 거부했다.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위법'이라고 판정한 것이다. 청와대가 법원도 겸하느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진보 성향 판사들 사이에서도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을 대상자가 부적법하다고 거부할 수 있다면 어떻게 형사사법 절차가 운용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10일에도 같은 비판이 나왔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 475명은 국회에서 발표한 시국선언에서 "청와대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에 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하였다"며 "대통령과 청와대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말살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7년 2월 박영수 특검의 압수수색을 청와대가 거부하자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는 즉각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부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문 대통령에게 법치란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할 가치가 아니라 유불리에 따라 언제든 내버릴 수 있는 정략(政略)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는 현 집권 세력을 향해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를 외치던 세력의 파렴치함이 과거 공안검사를 능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압수수색 거부는 그 말을 한 치의 틀림없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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