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역사가 20년에 이른다. 지방의회 의원들도 이제는 의정 활동을 통해 지역 발전을 선도하며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선진적인 자세와 품격을 지닐 때도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틈만나면 외유성 해외연수를 나가 주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도 모자라, 비위나 일탈행위를 일삼아 지역 망신을 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은 현실이다.
대구 북구의회는 한 소속 의원이 만취 상태로 교통사고를 일으키자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두 달이 되도록 위원장 선임도 하지 않고 있다. 민간업자를 통해 아들이 속한 학급에만 환기창을 설치해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서구의회의 한 의원에 대한 윤리특위도 마찬가지이다.
해당 의원이 공무원에 대한 갑질 논란을 일으켜 공개 사과까지 한 적도 있지만, 의회는 두 사건 모두 윤리특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재판 결과에 따르면 되고, 갑질 논란은 노조의 국민권익위 제소 취하로 마무리된 사안이라는 해명이다.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돈 봉투를 건넨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달서구의회 의원에 대한 대응도 그렇다.
윤리특위의 공식 회의조차 없이 해당 의원의 공개 사과를 명분으로 사안을 눙쳐버린 느낌이다.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법정 구속된 동구의회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도 흐지부지하는 모습이다. 이러니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비롯한 민간 차원의 독립적인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윤리특위로는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본연의 자세는 행정의 견제와 감시 역할이다. 건전한 의정 활동보다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비위에 연루되어 스스로 품격을 저버린다면, 지역의 선량이 아닌 원망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이번 기회에 권위를 앞세워 갑질을 하거나 비윤리적인 언행으로 세비만 낭비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오죽하면 '지방의원이 죽어야 지방의회가 산다'는 역설까지 나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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