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K 예비후보 '봉준호 공약', "보여주기식 쇼" 거센 역풍

봉준호 감독의 영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한국 포스터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을 기념해 4·15 총선 대구경북 예비후보들이 이른바 '봉준호 공약'(매일신문 12일 자 6면)을 쏟아냈지만 예상치 못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기생충 조형물이라니 영화 기생충 보신 거 맞죠?

아카데미상 시상식 이튿날인 지난 11일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들은 봉준호 감독이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태어나 대명5동 남도초교를 다닌 사실을 내세워 봉준호 공약을 잇달아 내놨다.

▷봉준호 타운 조성(도건우) ▷봉준호 생가터 복원 및 기생충 조형물 설립(배영식) ▷시네 봉준호 센터 설립(임병헌) ▷봉준호 기념관 건립(장원용) ▷대한민국 영화박물관 설립(김장주) 등의 공약이 하루 새 쏟아졌다.

대구 달서갑 홍석준 예비후보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이유"라며 자신의 SNS에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의의를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지난 10일 동갑 서재헌 예비후보가 청년 미래원 건립을 공약했고, 11일 달서을 허소 예비후보는 "영화 '기생충'이 다룬 경제·사회 불평등 문제 완화에 더 힘쓰겠다"는 논평을 내놨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부 예비후보들은 봉준호 감독의 국위선양에 그냥 숟가락을 얹는 것처럼 보이는데다 공약사항 면면을 보면 급조한 티가 너무 난다는 이유에서다.

누리꾼들은 기사 댓글을 통해 "전형적인 탁상행정 보여주기식 쇼", "대구발전을 위해 기업 유치할 생각은 안 하고 그저 숟가락 얹기", "참 뻔뻔스럽다" 등의 반응으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특히 다소 황당한 공약에는 집중포화가 날아들었다.

기생충 조형물 건립 공약과 관련해 누리꾼들은 "기생충 조형물이라니 영화 기생충 보신 거 맞죠?", "강남에 흉물처럼 남아있는 싸이 강남스타일 손모양 조각상을 보고도 저러고 있냐", "유치하기 짝없는 공약"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정의당 '영화는 보셨나' 긴급 논평까지 내놔

정의당 대구시당은 '영화는 보셨나'라는 제목으로 11일 긴급 논평을 냈다.

정의당은 "봉준호 감독 작품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것은 그 자체로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자 하는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오버액션에 기가 찬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또 예비후보를 향해 "정치인으로서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기생충에 그려진 대한민국 빈부격차를 해소할 정책방안부터 공부하시라"며 "영화와 문화에 대해 기어코 한마디 하시겠는가. 그럼 영화부터 보고 말씀하시라. 영화를 봤는지 의심스러워 드리는 말씀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구 중남 이재용 민주당 예비후보는 봉준호 공약을 발표한 예비후보들을 향해 "최소한의 품격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 예비후보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저급한 인식의 수준을 드러내는 졸속 공약으로 시민들의 감동에 무임승차하기에 앞서 지역 문화예술계의 현실에 좀 더 천착하라"며 "문화예술인들과 시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길에 대한 진지한 성찰 뒤에 진정성 있는 약속들을 내놓자"고 역제안했다.

한편, 일부 누리꾼들은 대구 출신 영화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계기로 지역 영화산업에 대한 지원이 더 절실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댓글에서 "지역 영화인들 지원이나 해라", "독립영화 지원하는 법을 만들어라", "엄청 뒤처진 지역 영상산업이나 일으켜라"며 일부 예비후보들보다 훨씬 괜찮은(?) 공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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