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의 음식 이야기] 슬기로운 밥상 생활 이야기

인간이라면 누구나 무병장수를 꿈꾼다. 그런데도 건강을 잃고 나서야 건강의 소중함을 비로소 알게 되는 것도 인간이다. 이는 평범한 우리들뿐만 아니라 위대한 인물들로 칭송받는 성현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위대한 업적은 널리 알려져 잘 알고 있지만, 건강에 관한 이야기는 묻혀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특히 지식으로 한세대를 풍미했던 학자들의 이야기는 더욱더 그렇다.

오늘은 조선의 대학자 퇴계 이황 선생의 건강과 인생에 대한 일화를 통해서 슬기로운 밥상 생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성리학을 집대성하고 평생을 후학양성에 힘쓴 퇴계 선생은 어릴 적부터 성현들의 가르침에 매료되어 몇 며칠을 지새울 정도로 학문에 빠져 살았다. 이 때문에 몸이 쇠약해지고 마르는 병을 얻게 되었고 병치레가 잦아지면서 관직을 세 차례나 마다하며 고향에 머물렀다.

이때부터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삶의 교훈을 깨달았기에 마음공부만큼 몸 공부도 중요시해 건강관리에 힘썼다. 49세에는 풍기군수로 임명되어 소백산 자락의 약이 되는 음식들로 체질을 개선하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으며 오늘날의 등산이나 요가처럼 체력과 기력을 단련시키는 운동으로 건강을 회복했고 큰 병치레 없이 일흔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아 건강관리에도 소홀함이 없이 학문에 정진과 후학양성에 힘썼기에 퇴계 선생은 오늘날 민족의 스승이라는 칭호를 얻고 지금까지 칭송받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건강과 위생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다. 이와 더불어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속속 소개되고 있고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음식들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음식은 그 자체가 치료 약이거나 일시적으로 유행하고 사라지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매번 먹는 한 끼에 '먹을거리를 차린 상'이라는 존재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 선생은 일상의 먹거리를 한의학적 관점에서 조명해 누구나 약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일생을 바쳤다. 이는 곧 내 앞에 차려진 먹거리의 존재 이유를 알고 그 의미를 발견하는 것으로 우리들의 슬기로운 밥상 생활에 백서가 될 수 있다.

퇴계 선생의 도산십이곡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옛 성현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나 역시 옛 성현을 뵙지 못했네! 옛 성현을 뵙지 못했지만, 그분들이 행하던 가르침이 앞에 있구나! 그 행하신 길이 앞에 있는데 아니 행하고 어찌할 것인가?" 이 글에는 많은 뜻이 담겨있겠지만 밥상에 비춰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매일 먹는 음식들을 통해서 성현들과 대화할 수 있으며 밥상을 통해서 그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어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대보다 음식이 주는 메시지와 사용법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자. 오늘도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이 먹을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왔고 내 몸 안에 들어가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를 한 번쯤 생각해 본다면 내 앞에 차려진 밥상을 함부로 대하거나 아무거나 선택하지 않는 슬기로운 밥상 생활을 실천하게 될 것이다. 또한

몇 사람의 농부가 차려준 밥상인지 발견하는 재미가 곧 일상에서 감사를 배우는 방법이 될 것이다.

노유진 푸드스토리텔러 youjini2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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