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습관이라고들 한다. 어릴 때부터 그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는 코흘리개인 아이에게 책을 쥐여주며 닥달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남들보다 뒤처지는 걸 두려워 한다. 그러고선 그게 다 아이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아이가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자란다. 놀이를 통해 상대를 배려하고, 소통하는 법을 익힌다. 머리를 맞대 규칙을 정하면 거기에 따라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놀이만한 공부가 없다' '놀이를 통해 배운다'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놀이 중심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대구 초교들의 사례를 살펴봤다.
◆서평초교, 숲에서 뛰놀다
서평초등학교(교장 이미경)는 지난해 하순 '아이숲 놀이터'를 만들었다. 교정에 있던 500㎡의 숲이 모습을 바꾼 것이다. 나무와 풀들만 살아 다소 심심하던 공간이 자연친화적인 놀이기구 9종으로 채워졌다. 그 덕분에 아이들의 웃음이 넘쳐나는 곳이 됐다.
아이숲 놀이터에는 통나무 올라가기, 그루터기 징검다리, 흔들그물, 밧줄 놀이 등 다양한 놀이시설이 자리잡았다. 시교육청으로부터 초등 놀이문화 조성학교로 지정, 예산을 지원받은 덕분에 마련한 것들이다.
아이들은 가방걸이대에 가방을 걸어둔 뒤 미로 속으로 들어가 길 찾기에 도전한다. 이어 그루터기 징검다리를 건너고, 균형을 잡으며 통나무 위를 걷는다. 쉬고 싶을 때면 움집에 들어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흔들그물에 누워 하늘을 쳐다볼 수도 있다.
이곳 외에도 교내 놀이터는 다양하다. 파충류와 어류 등을 키우는 자연놀이터를 비롯해 달걀 부화 과정부터 오골계까지 관찰할 수 있는 꼬꼬 놀이터, 3D펜과 VR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스마트놀이터도 있다. 음악동아리가 연주활동을 하는 음악놀이터도 갖추는 등 놀이터만 10개가 넘는다.
놀이터가 느는 것을 누구보다 반기는 건 아이들이다. 3학년 배하은 학생은 "친구와 함께 길 찾기 놀이를 하다 마주치면 재미있다. 흔들그물에 누우면 잠도 잘 올 것 같다"며 "학교에 놀이터가 하나 더 생겨 신난다"고 했다.
서평초교 이미경 교장은 "자연으로 나가 바깥 놀이를 해본 경험이나 여유가 거의 없는 아이들에게 생기와 행복을 선사해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고민한 결과물"이라며 "싱그러운 숲에서 아이들이 자유와 즐거움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했다.
◆지봉초교, 공터를 놀이 언덕으로
'봉봉 언덕'. 지봉초등학교(교장 정은향)에 있는 놀이 공간 이름이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공모 끝에 지은 것이다. 이곳의 대표적 구조물인 철봉과 학교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 지은 이름이다. 둔덕 형태로 이뤄진 공간이어서 '봉봉'이란 이름 뒤엔 '언덕'이 붙었다.
이곳은 지난해 상반기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이 학생, 교사, 학부모 등 다양한 이들의 의견을 들었다. 지역 건축가의 얘기도 보탰다. 학생들의 접근성과 공간의 넓이 등을 고려해 본관 서편의 공터에 놀이터를 만들기로 했다.
봉봉 언덕은 철봉 등 봉 형태의 놀이기구들로 꾸며졌다. 놀이터 중앙에 둔덕을 쌓아 오르내리는 방식으로 뛰놀게 만들었다. 놀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바닥은 푹신푹신한 소재로 완성했다. 색깔도 다양하게 입혀 저학년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썰렁하던 공터는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학년 최규빈 학생은 "봉봉 언덕은 멀리서 볼 때도 알록달록해서 가고 싶어진다"며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봉에 매달리거나 언덕에 둘러앉아 논다. 이렇게 좋은 곳을 만들어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지봉초교가 봉형 구조물을 위주로 공간을 구성한 것은 재미뿐 아니라 아이들의 창의성도 높여주기 위한 시도다. 시교육청으로부터 예산 5천만원을 지원받아 설계부터 시공까지 꼼꼼히 사업을 진행했다. 각종 발표회 무대 등 학교 행사 장소로도 이곳을 활용한다.
지봉초교 정은향 교장은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공간이 어떤 곳일지, 학교의 놀이 문화를 바꾸고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건 어떤 공간일지 고민한 끝에 조성한 놀이터"라며 "아이들과 학부모 눈높이에 맞는 시설이 생겼다. 아이들이 각자 방식대로 뛰어노는 걸 보니 뿌듯하다"고 했다.
◆북부초교, 빈 교실의 변신
북부초등학교(교장 김선희)는 지난해 2학기 때 본관 1층의 빈 교실 두 칸을 놀이터로 바꿨다. 설치 장소부터 디자인과 이름까지 학생, 학부모, 교직원의 의견을 다양하게 모아 만든 공간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지은 이곳 이름이 '꿈마루'다.
'학생 스스로 만들어가는 놀이공간'을 꾸미는 게 이곳을 만들 때 세운 목표. 꿈마루에는 미로식 터널, 3개의 소놀이방,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마루 공간, 육각형과 타원형 등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창 등이 들어섰다.
3개의 소놀이방에는 벽면에 책꽂이 겸 소파를 설치했다. 바닥은 난방이 되도록 설계해 계절에 관계없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했다. 6학년 이정현 학생은 "학교에서 놀 수 있는 공간이나 쉴 수 있는 공간이 운동장뿐이었는데 실내에 꿈마루가 생겨 반갑다"고 했다.
북부초교 김선희 교장은 "꿈마루를 만들어 우리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뛰어 놀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꿈과 역량을 키워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꿈마루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시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았다. 놀이문화 조성학교로 지정돼 받은 예산으로 이 공간을 꾸몄다. 시교육청은 학생 참여 중심, 놀이 연계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초등 놀이문화 조성학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교육공동체가 참여해 꿈과 쉼이 있는 놀이 공간을 제공하고, 놀이 문화를 확산해 학생들의 행복감을 높여주려고 놀이문화 조성학교를 운영한다"며 "학생이 주도하는 놀이 문화를 조성해 학생의 자율성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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