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독이 될 수도 있는 상한 고기를 파묻은 홍서봉 어머니의 선행에서 유래되었다. 다른 사람이 입게 될 피해를 염려해서 그 소지를 미리 없애는 행위를 뜻한다. 조선 선조 때 문신 홍서봉(洪瑞鳳, 1572~1645)은 1594년 문과에 급제하고, 1640년 영의정에 올랐으며 성격이 온화하여 누구와도 화락했다. 서봉은 문장과 글씨에도 능했지만 생활은 아주 검소했다.
어머니는 아들 서봉이 나랏일을 보고 있다는데 한없이 기쁘고 감사할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웃 사람들은 정경부인의 검약하고 소박한 살림살이에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루는 어머니가 시중을 보내 고기를 사오게 했는데, 사온 고기가 모두 상해 있었다. 그래서 그 시중에게 물었다. "고기가 얼마나 더 남아 있더냐?" 얼마만큼 남아있다고 하자 머리에 장식하고 있던 것들을 내다팔아 돈을 만든 다음, 그 고기를 사오게 하였다. 그렇게 사온 고기를 담장 밑에 묻었다. 다른 사람이 그 고기를 먹고 탈이 날까봐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아들 서봉이 말했다. "어머니의 마음이 가히 천지신명(天地神明)과도 통할만 하니 우리집 자손이 번창할 것입니다." 『해동속소학(海東續小學)』에 나오는 말로, 유사어로 매육매장(買肉埋墻)이 있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뉴스가 연일 눈과 귀를 사로잡아 공포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움츠려 들면서 백화점과 식당, 대형마트에 손님이 뜸해졌다. 새삼스럽지만 바이러스는 숙주에 의존해 살아가는 감염성 입자를 말한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유전체가 단백질로 싸여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혼자서 증식이 안 되므로 숙주(사람) 세포 안에 복제하면서 세포 간에 감염을 통해 증식한다.
초미의 관심사는 바이러스가 지닌 파괴력인데 순식간에 많은 나라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을 보면서 1347~1357년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 1/3의 생명을 앗아간 역사가 떠오른다. 또 1918년 스페인 독감이 5천만 명의 사망자를 낸 때도 있었고, 바이러스가 잉카문명과 아스테카 제국을 멸망시켰다고 한다. 총보다 유럽에서 들어온 천연두, 홍역, 발진티푸스, 결핵 등 병원균이 더 무서웠다고도 전해지고 있다.
이매독육(理埋毒肉)처럼 안전히 그 소지를 없앴다면 더할 수 없겠지만 제2인자, 제3인자를 원천봉쇄하여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번 코로나19를 일명 우한폐렴이라고도 하는데 폐렴은 기침도 한다. 기침은 허파에 이물질을 제거함으로써 자칫 폐렴으로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막기 위해 나오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이는 몸에 이상이 있다는 빨간불이라고 봐야 한다. 감염자는 열도 있게 되는데 고열은 세균이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인체가 세균에 반응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높은 체온은 면역반응을 촉진해 병원균을 파괴시키는 일을 하는 증상이다.
그래서 병을 앓고 일어나면 병의 아픔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되고, 아픈 사람의 처지도 이해하는 교훈을 얻는다. 할 수만 있다면 미리 그 소지를 없애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병을 통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한다면 타인에게로 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론을 펴본다. 그동안 홍콩독감, 사스, 메르스 등을 거치면서 얻은 교훈들을 세심히 짚어보기 바란다.
(사)효창원7위선열기념사업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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