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두 작가의 소설집과 시집이 나란히 출간돼 눈길을 끈다. 작가 문형렬의 시집 '꿈에 보는 폭설'은 출간 30년만에 재출간됐으며, 작가 김신우는 등단 19년만에 첫 소설집 '윈드벨, 기억의 문을 열면'을 펴냈다.
◆시집 '꿈에 보는 폭설'


이번에 새단장한 문형렬의 시집 '꿈에 보는 폭설'은 1990년 출간돼 독자들을 만난 바 있다. 이번 개정판은 오탈자를 바로잡고 개정된 맞춤법을 따랐으며 시 수록 순서를 바꿨다.
시집은 총 3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69편의 시가 수록됐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자 시집과 동명의 시도 수록됐다.
"...눈이 내린다, 불꽃 속으로 창자를 긁어내는 오늘 밤의 눈보라는/ 꿈꾸는 속눈썹에 방울방울 쉼 없이 솟아오른다 / 젖어라 나무들이여, 딱정벌레 몸뚱이여 / 천지사방(天地四方) 우리는 외로워서 온몸에 불꽃을 달고 / 그 불꽃 갈피 없이 눈보라 속으로 흩날리어, / 어딘가, 그리운 넋들의 사랑은..." '꿈에 보는 폭설(暴雪)' 中
작가의 시는 이처럼 불안과 비애의 내음을 짙게 깔고 있다. 삶에 대한 실존적 비애로부터 젊음의 방황으로 인한 고뇌, 시인이 겪는 육체적 고통 등 폭넓은 감정을 담고 있다. 다만 고통과 허무를 노래하되 그에 침잠하지 않으며 사랑과 꿈을 노래하되 그것의 찰나성과 무기력함을 외면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비애의 내용이나 무게가 아니라 작가가 그 비애를 어떻게 견뎌내느냐 하는 점이다. 진형준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에서 방향은 두 갈래다. 삶의 비애 한 가운데 속 깊은 그리움과 희망을 감추거나 세우고 사는 길이 하나요, 다른 하나는 그 희망을 간직했다는 은밀한 자부심으로 지탱되던 자아를 허물고 비애 자체를 사는 길"이라고 해석했다.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며 등단한 작가 문형렬은 지금까지 소설과 시 창작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126쪽. 9천원.

◆소설집 '윈드벨, 기억의 문을 열면'

2001년 매일신문에 단편소설 '면역기'로 등단한 작가 김신우가 19년만에 첫번째 소설집 '윈드벨, 기억의 문을 열면'을 세상에 내놓았다.
작가는 책에서 인간관계의 딜레마와 딜레마를 넘어서는 관계의 윤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더불어 무엇이 사람의 사이를 훼손시키는가에 대해 탐구한다.
인간(人間)이라는 단어에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間)'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사이 영역은 어떤 권력 관계에 의해 기울어지거나 경직되기 쉽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소설집의 소설들은 그 순간들을 일상어를 현미경 삼아 들여다본다. 작품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우리가 늘상 마주하게 되는 일방적으로 한쪽으로만 기울어지거나 한쪽만 상처받는 인간 사이의 문제를 뼈아프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
신춘문예 등단 당시 습작기를 많이 거치지 못했기에 슬럼프가 꽤 길었다고 고백하는 작가는 손에서 글을 놓지 않고자 육아를 하면서도 조금씩이나마 글을 써내려갔다. 자신감을 갖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에서 주먹을 휘둘러 간신히 통과한 시간(작가의 말)'을 거쳐 첫 소설집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318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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