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278년 전 지어진 목조건물에 나온 '상량문'…대구 백불암 고택 보수 공사 도중 발견

건립연대·공사 참여자 등 기록,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료로 꼽혀
동구청 "정확한 해석에 대해선 전문가 의뢰 맡길 것"

창건기에 쓰인 상량문이다. 제목에는
창건기에 쓰인 상량문이다. 제목에는 '漆溪報本齋上樑文'(칠계보본재상량문)이라 쓰였고 연대는 '上之二十八年辛未三月八日'(상지28년 신미 3월8일)로 기록됐다. 上之(상지)는 上之卽位(상지즉위)의 준말로 '임금에 오른 지'라는 뜻이다. 영조대왕 재위 기간 중 영조28년에 해당하는 1752년으로 추정하나, 신미년은 1751년이므로 정확한 연대의 확인이 필요하다. 대구 동구청 제공
중건기에 쓰인 상량문이다. 제목에는
중건기에 쓰인 상량문이다. 제목에는 '報本當重修上樑記事'(보본당중수상량기사)라고 쓰였다. 연대는 '崇禎紀元後五丁亥二月十九日'(숭정기원후 5정해 2월19일)로 나와있다. 崇禎(숭정)은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의종(1628~1644)의 연호로 숭정기원후5정해는 재위 기간(1628~1644년) 이후 다섯 번째 정해년인 1887년으로 추정된다. 대구 동구청 제공

대구에서 오래된 목조 주택 중 하나인 '대구 백불암 고택'(국가민속문화재 261호)에서 278년 전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상량문'(건물을 새로 짓거나 고친 집의 내력, 공역 일시 등을 적어둔 문서)이 발견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대구 동구청은 지난해부터 문화재청과 함께 백불암 고택 내 사당인 '보본당'에 대한 전면적인 보수공사를 진행하던 중인 지난 11일 지붕(종도리)에 숨겨져 있던 상량문을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주 최씨의 종가(宗家)인 백불암 고택은 동구청이 관리하는 국가민속문화재 261호로, 둔산동 옻골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영조 18년(1742년)에 지은 것으로 알려진 보본당은 입향조 최동집과 그의 5대손인 조선 정조 때의 학자 최흥원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사당이다.

상량문은 '건물의 주민등록증'이라고 할 수 있으며 건립연대, 공사 참여자 등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목조 건물 건축 과정에서 최상부 부재(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여러 가지 재료)인 종도리(마룻도리)를 올리는 상량제(上樑祭) 때 사용하는 축문(祝文)으로 쓰인다. 보통은 종도리에 붓글씨로 간략하게 쓰지만 써야할 내용이 많은 관아, 학교, 사원 등은 별지에 상량문을 적어 종도리에 홈을 파 그 속에 보관한다.

11일 해체 과정에서 발견된 상량문은 창건기와 중건기 2개로, 현재는 고택 유물관에 임시 보관 중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18세기에 제작된 문서인데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문화재청과 협의해 각 상량문의 정확한 작성 연도와 내용에 관한 전문가의 해석을 받을 예정이다. 나중에 해석이 완료되면 건물의 역사적 가치도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상량문이 숨어있던 보본당 정칸 종도리다. 밑면에
상량문이 숨어있던 보본당 정칸 종도리다. 밑면에 '上之二十八年辛未三月八日上樑 都木手權龍起'(상지28년 신미3월8일 상량 도목수 권용기)라는 묵서명이 쓰였다. 묵서명의 연도는 상량문의 창건기 연도와 동일한 상지28년으로, 창건 당시 부재가 중수 시에도 재사용됐으며 '도편수 권용기'가 목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 동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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