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변비다. 질환에서 오는 경우도 있으나 주치료제인 항암제와 마약성 진통제에 의한 경우도 많다. 특히 마약성 진통제에 의한 변비는 물을 많이 마신다든지, 섬유질을 많이 섭취한다든지 하는 생활요법으로 해결되는 변비가 아니어서 반드시 변비약으로 조절해주어야 한다.
항암치료를 하거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에게는 비사코딜이나 센나 성분의 자극성완화제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되어 있어 있으나, 계속 사용하게 되면 직접적으로 계속 자극을 가하므로 나중엔 둔감해져서 습관성이 생길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장기간 사용 시에도 안전한 변비약들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 중에 성분이 락툴로오스인 약이 있다.
락툴로오스는 장내 세균에 의해 아세틱산과 락틱산 등으로 분해된다. 이렇게 분해된 물질들은 삼투압이 높아 장내로 물을 끌어당기니 변이 묽어지게 된다. 락툴로오스를 변비약으로 사용해보면 환자마다 사용량에 개인차가 큰 편이어서, 퇴원 후에는 환자가 변의 상태에 따라 직접 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도 교육하고 있다. 안전한 약물이지만 배가 더부룩하고 가스가 많이 차는 증상이 흔한 부작용으로 발생하며, 쓴 약이 아니니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약물 자체가 너무 달아서 먹기 싫어하는 분들도 계신다.
락툴로오스 작용기전과 관련하여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분해과정에서 생긴 산을 이용해 다른 질환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경화증이 심해지면 간성혼수 상태가 되어 응급실로 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피 속에 암모니아 농도가 굉장히 높아져 있다. 이 때 가장 먼저 피 속의 암모니아 농도를 떨어뜨려야 하는데 바로 이 목적으로 락툴로오스를 사용한다.
락툴로오스 분해과정에서 생긴 산(H+)이 염기성인 암모니아(NH3)와 결합하면 암모늄염(NH4+) 형태로 되면서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변비에 사용하는 용량보다는 훨씬 많은 용량과 잦은 간격으로 사용하게 되며, 물과 희석하여 관장약으로도 투여한다. 응급 시기가 조절되고 나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하루 2~3회의 묽은 변을 보는 정도로 용량을 조절해서 복용한다.
락툴로오스 이 외에도 '같은 약, 다른 작용'을 나타내는 약물을 임상에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다. 내가 먹고 있는 약이 궁금해서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아볼 때, 한 가지 약물에 대해 여러 가지 쓰임새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영남대병원 종양전문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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