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정치인의 설화

정세균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신촌 명물거리의 한 카페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위축에 따른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신촌 명물거리의 한 카페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위축에 따른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2004년 3월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대구에서 가진 청년층과의 인터뷰에서 "60, 70대 이상 어르신들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셔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할 분들이 아니니까요"라고 발언했다. 노인 폄하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정 의장은 2007년 대선 때까지 이 악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후일 정 의장은 "열심히 투표를 하는 어르신들을 본받아 어르신들은 집에서 쉬시더라도 대학생들은 나가서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말로 먹고사는 것이 정치인의 속성인 만큼 세 치 혀를 잘못 놀렸다가 설화(舌禍)를 당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표를 왕창 깎아 먹는 것을 넘어 정치 수명이 단축되는 경우까지 있다.

부정적 의미에서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툭툭 내던지는 말로 인해 곤욕에 처한 일이 종종 있었다. 2017년 7월 '머리 자르기' 발언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추 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지원·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 제보 조작을) 몰랐다는 것은 머리 자르기다. 꼬리 자르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여당 대표가 야당 대표 참수 운운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청와대가 '대리사과'를 했고 '추미애 패싱'이란 조어를 낳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경제 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총리는 손님이 뚝 끊겨 거리가 한적하고 상점도 텅텅 빈 서울 한 상가를 방문했다. 한 상인이 "코로나 때문에 아무래도 (손님이 줄었다)"며 고충을 토로하자 정 총리는 "원래 무슨 일이 있으면 확 줄었다 좀 지나면 다시 회복되고 하니까 그간에 돈 많이 벌어 놓은 것 갖고 조금 버티셔야지"라고 했다. 이어 정 총리는 한 식당 종업원에게 "손님이 적으니 편하시겠네"라고 발언을 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이들에게 민생을 책임진 공직자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생업 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진심을 다해 위로하기는커녕 웃지 못할 농담을 했다. 성경에 "악을 저지르지 않도록 혀를 조심하고 거짓을 말하지 않도록 입술을 조심하라"고 했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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