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일본판 '프로듀스'로 탄생한 JO1(제이오원)의 노래를 들어봤다

"이거 완전히 케이팝 곡인데?"

JO1(제이오원)의 첫 싱글앨범
JO1(제이오원)의 첫 싱글앨범 'PROTOSTAR'(프로토스타)의 앨범재킷 사진. JO1 공식 인터넷사이트 제공.

지난해 한국에서 '프로듀스X101'의 결과물로 탄생한 아이돌 'X1'(엑스원)이 프로그램 투표 조작으로 논란이 계속 피어오르고 있을 때쯤, 일본에서도 '프로듀스 101'의 일본판 프로그램이 문을 열었다. 바로 '프로듀스 101 재팬'(프듀 재팬)이었다. 프듀 재팬은 CJ ENM이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인 요시모토 흥업과 손을 잡고 '프로듀스 101'의 프로그램 포맷을 일본에 수출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9월 25일부터 12월 11일까지 일본 TBS를 통해 방영됐다. 약 3개월간의 치열한 경합을 통해 데뷔의 꿈을 이룬 11명의 소년으로 구성된 팀이 바로 JO1(제이오원)이다.

JO1의 첫 싱글인 'PROTOSTAR'(프로토스타)의 발매일은 3월 4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튜브 등에서는 선공개곡인 '無限大(무한대)'의 뮤직비디오를 만나볼 수 있다. 처음 들어본 소감은 '이거 완전히 케이팝 곡인데?'였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들어본 노래는 가사가 일본어라는 점을 빼고 나면 전형적인 한국 아이돌 노래의 흐름을 보였다.

이런 흐름이 혹시 요즘의 일본 아이돌 노래의 경향인가 싶어 이름을 알고 있는 일본 남자 아이돌의 최근 노래들을 검색해 들어봤다. 비교해보니 확실히 '무한대'는 일본 노래 보다는 한국 노래 스타일에 가까웠다. 내가 느끼기에 일본 아이돌 노래는 우리나라 아이돌 노래보다 멜로디 라인이 훨씬 더 선명하게 들린다. 그리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유의 '일본풍' 멜로디가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느낌인지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런데 '무한대'는 이런 일본풍 멜로디 라인보다는 힙합이나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강한 비트를 더 강조하는 우리나라 아이돌 음악을 더 닮아 있었다.

만약에 JO1이 일본의 유명한 남자 아이돌 메카인 '쟈니스 사무소' 출신 가수들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낸다면 이야기가 재미있어진다. 실제 우리나라 아이돌의 레퍼런스는 대개 일본 아이돌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1세대 아이돌을 견인한 SM엔터테인먼트의 음악들 중 2000년대 초반의 음악들은 일본의 비주얼 록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빅뱅의 '거짓말'이나 '하루하루'는 일본 '시부야케이' 스타일의 댄스음악을 차용했다. 그로부터 10년 이상 지난 지금 시점에서 JO1의 '무한대'가 일본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음악이 해외로 이식되는 첫 사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 JO1의 홍보 방식이 예전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X1이 하던 방식과 똑같다. 포맷을 수출했으니까 그렇겠지만 이게 일본에서 통한다면 '한국식 아이돌 운영 방식' 수출에 성공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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