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늦은 오후 달성군 세천면 성서5차산업단지. 대구시내 방향 출퇴근을 지원하는 통근버스가 세천로7길에 줄지어 늘어선 가운데 기사들은 대구시에서 배부한 에탄올 소독제를 연신 좌석에 뿌려댔다. 좁은 실내 공간에 두루마리 휴지만한 분무기 통을 절반이나 비우고 나자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버스 운전기사는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차원에서 하루 2차례 운행 전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18일 확진자 밀접 접촉자가 인근 업체에서 나왔다고 해 기업들이 많이 민감해졌다. 냄새가 나도 소독약을 듬뿍 뿌리고 환기를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 19)가 대구경북 지역사회에 급격히 퍼진 가운데 대구경북 산업계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업체들마다 인원 출입을 깐깐하게 통제하고 마스크를 수급에 애를 쓰는 한편 직원들에게 주의를 촉구하는 모습이다.
최근 확진자 밀접접촉자가 발생한 A사가 있는 성서5차산업단지는 업체마다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A사 인근에 있는 반도체 생산설비 제조사는 A사와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어제부터 구내식당 이용을 중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는 날에는 공장 문을 닫아야 하니 민감할 수 밖에 없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한 기계제조사는 출입문마다 반드시 마스크 착용 후 출입할 것을 요청하는 안내문을 18일부터 붙인 채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업체들은 하루에도 수백장에 달하는 마스크 수요를 맞추는 것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 KF 규격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데 하루에 수백장씩 수급이 어려워 일반 일회용 마스크만 직원들에게 배부하고 있다. 그마저 언제까지 수급이 가능할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영세업체들도 대응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대구 제3산업단지에서 농기계나 자동차에 쓰이는 철강 반제품을 공급하는 한 업체 대표 김모(62) 씨는 "감염된 사람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잘못하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많이 긴장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경기가 위축되며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데 이중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부담감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나사 등 중국산 중간재 재고가 나날이 소진되는데 수입선은 정상화 되지 않고 있다. 2월말까지 해소가 안되면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염색산단도 검은색과 3원색 등 분산성 염료 재고가 3월 중순에는 바닥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최근까지 중국과 거래하는 업체들이 간접적 영향을 받는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업체라도 직원 감염 여부에 따라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급변했다"며 "기업규모가 큰 곳은 체계적인 대처가 가능하겠지만 영세 업체들은 대응도 어려워 최대한 사전에 주의를 기울이기를 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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