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광래 대구FC 단장 "시민구단도 우승할 때 됐다"

감독 역할은 시민구단 처한 현실로 봐 달라…조광래 황태자는 골키퍼 최영은

대구FC 조광래 단장(대표이사 겸)이 지난 2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수성대와의 연습경기를 지켜보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교성 기자
대구FC 조광래 단장(대표이사 겸)이 지난 2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수성대와의 연습경기를 지켜보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교성 기자

대구FC 조광래 단장(대표이사 겸)이 몇 년 전 기술고문을 맡았을 때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단장, 사장에 감독까지 겸해 전무후무한 기록을 한 번 남기지요. 먼저 겸직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겠습니다."(기자) "사장은 대구 사람들이 하시요. 난 축구합니다."(조 단장)

조 단장은 2020 시즌 다시 감독 역할까지 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안드레 감독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떠나면서 이병근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은 상황.

조 단장은 겉으로 이웃집 아저씨처럼 포근한 이미지를 풍긴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대단한 승부사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속은 강한 근성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 19, 20일 대구FC가 영남대, 수성대와 차례로 연습경기를 하는 대구스타디움 그라운드에서 조 단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 지난해 아쉽게 5위를 했다. 올 시즌 다시 한 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에 도전할만한 전력을 갖췄다.(2021년 AFC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리그 3위 이상 목표를 염두에 둔 질문이다)

▶지난 2010년 경남FC 감독 시절 우승에 도전한 적이 있다. 7월까지 1위를 지켰는데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떠났다. 시민구단도 우승을 한 번 해야 한다. 목표는 언제나 정상에 있다. 그게 바람직한 자세 아니냐.

- '코로나19' 때문에 올 시즌 준비와 개막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해외전지훈련에서 연습경기가 많이 부족했다. 중국 쿤밍에서 상하이로 옮겨 수준 있는 팀들과 경기를 좀 했으면 좋았을 텐데. 쿤밍에서 바로 철수한 것은 아주 잘 한 일이다. 국내 돌아와서도 외부인 접근을 차단하는 등 '코로나19'에 대비했다. 29일 홈 개막전 연기는 당연한 일이다. 이번 사태가 빨리 진정되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 사실상 올 시즌에는 감독 역할을 해야 한다. 안 좋게 보는 외부 시선도 좀 있다.

▶대구FC가 처한 현실이다. 기업구단처럼 많은 돈을 주고 능력 있는 감독을 데려올 수도 없고. 시민구단 운영 차원에서 순수하게 봐주면 좋겠다. 오해 소지는 있지만 안드레 감독 때도 먼저 도와달라고 해서. 경기에서 이겨야 식구들이 살아남는다. 좋은 선수들을 뽑고 영입해 살림만 살면 편한데, 이렇게 되려면 성적을 내는 축구를 해야 한다. 그게 프로 아닌가.

- 연습경기 두 경기 모두 엔트리를 달리해도 전력 차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스쿼드가 탄탄해진 느낌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더 좋아졌다. (스타플레이어 골키퍼) 조현우가 빠져나간 공백이 커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층이 두터워지고 안정됐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친 젊고 유능한 선수들이 꽤 있다.

- 조광래의 황태자가 있나. 애정이 가는 선수가 있을 텐데.

▶(머뭇거릴 것으로 생각했으나 기다렸다는 듯) 골키퍼 최영은이다. 젊고(25세) 신체조건(189cm, 78kg)도 좋다. 자신감만 좀 더 가지면 안정감 있게 골문을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경기 내내 최후방에서 시끄러울 정도로 선수들에게 주문을 한다. 무슨 말을 하는지 가까이 가서 한 번 들어봤는데 틀린 말이 없더라.

- 대구시가 시민구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프라를 잘 마련했다. 만족하나.

▶클럽하우스 앞 연습구장 공사가 올 9월 마무리되면 축구단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추게 된다. 구단주인 권영진 대구시장과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경기장에서 스트레스 좀 풀고 가도록 박진감 있는 경기로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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