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확진자 동선 따라 '출입금지'…근무지·유통업계·금융기관 모두 폐쇄

미술학원·어린이집…확진자 근무장소 도미노 폐쇄
현대백화점 대구점, 동아백화점 쇼핑점 임시 휴업 결정

20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한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청과 중도매인 건물이 통제된 가운데 방역 요원이 출입금지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20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한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청과 중도매인 건물이 통제된 가운데 방역 요원이 출입금지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삼성화재 빌딩. 임시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박상구 기자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삼성화재 빌딩. 임시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박상구 기자

20일 오후 2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곳으로 확인된 대구 수성구 만촌동 아트필미술학원 주변은 사람이 사는 동네가 맞는지 의심이 들 만큼 적막했다. 주변 상가 대부분은 닫혀 있었고 으레 들리는 아이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같은 시각 대구 동구 신천동 하나린어린이집의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한낮임에도 적막감만 맴돌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했던 하나린어린이집 앞 놀이터는 숨죽인 듯 조용했다. 어린이집 아이들 20여 명이 뛰놀던 놀이터였지만 하룻밤 사이 전혀 다른 곳이 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한 것으로 확인된 곳들이 잇따라 폐쇄에 들어갔다.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유통기업과 금융회사도 임시 휴점을 선언했다. 확진자 동선에 따른 시민 불안감을 불식시키려는 사전 조치다.

◆확진자가 교사로 있던 학원과 어린이집

20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코로나19 확진자 중 동구 신천동 하나린어린이집 교사와 수성구 만촌동 아트필미술학원 교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인근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코로나19의 공포가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나린어린이집 5세 반 담임교사(26)가 확진 판정을 받아 다음 달 3일까지 어린이집이 폐쇄 조치됐다. 어린이집 교직원 20명과 원아 79명이 자가격리 대상자로 선별된 상태다. 어린이집이 있던 아파트 단지 안에는 한낮인데도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인근 상가는 연휴인가 착각할 정도였다. 세탁소와 편의점을 제외하고 정육점, 수학학원, 미용실 등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대구 동구 하나린 어린이집 교사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진 판정을 받아 20일 어린이집이 폐쇄되고, 원생과 근무자는 모두 격리조치 됐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구 동구 하나린 어린이집 교사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진 판정을 받아 20일 어린이집이 폐쇄되고, 원생과 근무자는 모두 격리조치 됐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0일 오후 2시쯤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위치한 아트필 미술학원은 이날 오전 폐쇄가 결정됐음에도 안내문 부착과 방역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일 오후 2시쯤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위치한 아트필 미술학원은 이날 오전 폐쇄가 결정됐음에도 안내문 부착과 방역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성구 만촌동 미술학원은 겉으로 보기에 전혀 폐쇄된 걸 알 수 없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안내 문구는커녕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 문이 잠겨 있고 불이 꺼진 상태일 뿐 다른 조치가 없어 그저 문 열기 전의 학원으로 보였다.

인근에서 19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A(63) 씨는 "빠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답답해서 구청에 6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회의 후 결정하겠다는 대답만 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수성구보건소 측은 "폐쇄조치는 해당 건물을 비우고 학생들을 자가격리시킨 것을 의미하며 안내문의 경우 인력부족으로 부득이하게 학원 원장에게 부착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방역은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해당 미술학원은 20일 오후 9시쯤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시 휴점 들어간 유통기업과 금융회사

33번 확진자가 대구 중구 동아백화점 쇼핑점과 현대백화점 대구점을 연달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두 백화점은 임시 휴점을 결정했다. 동아백화점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은 "33번 확진자가 15일 오후 1시30분 동아백화점 쇼핑점 식품 매장인 소우조우에서 김밥 2줄을 구매한 사실을 중구보건소로부터 통보받았다"며 "지금부터 즉시 영업을 종료하고 모레(22일)까지 휴점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랜드리테일은 또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려 23일에는 동아마트 수성점을 휴점하고 24일은 동아백화점 본점, 수성점, 강북점, 구미점, NC아울렛 엑스코점, 경산점 휴점하기로 했다.

20일 오후 33번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임시 폐점을 결정하고 문을 닫았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0일 오후 33번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임시 폐점을 결정하고 문을 닫았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현대백화점 대구점 역시 "33번 확진자가 15일 오후 1시쯤 의류 매장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보건당국으로부터 확인돼 임시 휴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영업 재개 시점은 보건당국과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업체들도 확진자 방문의 직격탄을 맞았다. NH농협은행은 대구의 4개 지점을 폐쇄했다. 전날 달성군지부를 폐쇄한데 이어 이날 두류지점, 성당지점, 칠성동지점 등 3곳을 추가 폐쇄 조치한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전날 폐쇄한 달성군지부 직원 가운데 확진자가 나와 감염 소지가 있는 지점까지 선제적으로 3일 동안 폐쇄하기로 했다"며 "확진자와 접촉하는 등 감염 우려가 있는 직원 63명을 자가격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21층짜리 삼성화재 빌딩도 폐쇄됐다. 이 건물 7층에 근무하는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폐쇄 사실을 알지 못해 현장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적잖았다. 택배 상자를 든 채 범어 3동 우체국을 찾은 한 남성은 "대구에 확진자가 급증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우체국까지 폐쇄됐을 줄은 몰랐다"며 "무겁게 짐을 들고 왔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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