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에서도 꽃은 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 확산, 대구경북이 위기에 빠진 가운데 어려움에 공감하고 힘을 보태는 이들의 사연이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시린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서문시장 건물주, 임대료 한 달 간 받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자 서문시장의 한 상가 건물주가 한 달 동안 월세를 받지 않기로 해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이 건물주는 2017년 서문시장 4지구 화재 때도 2년 넘게 월세를 깎아주는 등 세입자들과 어려움을 함께 나눈 바 있다.
건물주인 A(74) 씨는 20일 세입자들에게 문자메시지 한 통을 보냈다. 메시지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얼마나 걱정이 많은가. 고통을 같이하는 의미에서 한 달간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한 달 후 상태를 봐가며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건강을 챙기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상가는 2층짜리 건물로 세입자는 20여 명. 2017년 화재로 많은 시장 상인이 점포를 잃었던 4지구와 인접해 있다. 1층에는 식당과 커피숍 등 상점들이 입점해 있고 2층과 1층 안쪽은 대부분 작업장과 사무실로 쓰고 있다. 과거 화재 당시 피해를 당한 상인 중 여러 명이 현재 A씨의 상가 건물에 들어와 있다.
A씨는 "힘들 때 어려움을 나누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화젯거리도 아니다"며 "상가 건물을 17년째 소유하면서 그동안 세입자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왔다"고 했다.

◆코로나19 관련 정보 앱으로 확인하세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와 관련한 가짜 뉴스가 횡행하고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져가고 있다. 이런 중에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담은 인터넷 홈페이지와 앱을 만들어 운영 중인 이들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대구 수성구 고산중 학생들. 이제 곧 3학년이 되는 최형빈, 이찬형 군이 그들이다. 지난 3일 착수해 일주일에 걸쳐 홈페이지와 앱을 만들었다. 인터넷 검색과 코딩 서적 등을 뒤진 끝에 완성했다.
홈페이지 이름은 '코로나나우(https://coronanow.kr)'. 내용을 구상하고 콘텐츠를 기획한 건 최군의 몫. 이군은 홈페이지와 앱에 탑재할 자료를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 등에서 수집한다. 이 때문에 둘은 방학 중이지만 바쁘다.
이들의 마음씀씀이가 엿보이는 곳은 또 있다. 배너 광고에서 나오는 수익금이 일정액 모이면 마스크를 구매,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이들은 "대구에 확진자가 늘어 마음이 아프다. 지역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역소독, 재능기부로 보답합니다
청소와 방역소독 작업 업체인 BK종합청소 박병규(40)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소식에 최근 방역소독 봉사에 나섰다.
박 대표는 최근 대구 시내 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어학원 70개 지점 등 하루 10곳이 넘는 곳을 방문해 무료로 방역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다가 대구가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방역 작업복과 약품 물량을 확보해 뒀다"고 말했다.
방역 봉사 요청이 밀려들고 있어 방역 작업복 등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한 번 입은 방역복은 반드시 폐기처분하는 등 원칙은 지키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아무리 방역을 철저히 한다 해도 잔여균이 옷에 묻을 가능성이 있다"며 "방역소독을 하는 사람이 전파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한 번 입은 작업복은 절대 재활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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