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코호트 격리' 대남병원은…"직원도 발열 증상 잇따라"

'팅 빈 도시' 청도읍…군청서 역까지 1.6㎞ 이동 만난 사람 단 2명뿐
“청도 시내 개미 한 마리 없어” “청도 미나리에 바이러스 있을 것 같다고 반품”, 지역 경제도 초토화

22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111명이 입원해 있는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서 일반병동 입원 환자 중 신종
22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111명이 입원해 있는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서 일반병동 입원 환자 중 신종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퇴원하고 있다. 해당 환자들은 퇴원 후 자가격리 조치 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텅 빈 청도역. 채원영 기자.
텅 빈 청도역. 채원영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와 코호트(Cohort·동일집단) 격리된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은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됐다. 출입문 근처에서 일반인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경찰과 취재진, 방역 관계자만이 모여 있다. 끼니 때마다 병원 내 격리된 환자·의료진이 먹을 도시락이 배달되는 게 외부 접촉의 전부다. 이마저도 배달부가 떠나면 방역복을 입은 사람이 나와 가져가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23일 일반병동과 요양병동이 있는 3층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일반병동 활자와 의료진이 체류하는 공간으로, 5층을 확진자 공간으로 명확히 분리하는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5층은 실제로는 3층 바로 윗층인 4층이다.

취재진이 병원 내 격리된 대남병원 의료진 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내부 상황은 사뭇 혼란스럽다. 이 지인은 "격리된 직원들도 최초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어 불안한 상황이라고 한다. 직원 중에서도 발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청도읍 시내는 그야말로 '텅 빈 도시'가 됐다. 휴일이긴 하지만 이날 오전 이곳 최대 번화가인 청도군청에서부터 청도역 경부선까지 이동하는 1.6㎞ 동안 거리에서 만난 시민은 단 2명뿐이었다.

청도역에는 청도보건소 직원이 나와 출입자 이름, 나이, 전화번호, 주소 등을 파악하고 일일이 체온을 쟀다. 이 직원은 "3일 전부터 체크를 시작했는데 아직은 발열 의심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청도역 관계자는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매표 수입을 따져보니 평소의 17%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청도 주민은 대부분 '셀프 자가격리' 중인 듯 했다. 청도역사에서 만난 A(22) 씨는 "5일 동안 집에만 있다가 대구에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며 "웬만하면 외부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청도 한재 미나리단지 식당에서도 손님을 찾아볼 수 없다. 채원영 기자.
청도 한재 미나리단지 식당에서도 손님을 찾아볼 수 없다. 채원영 기자.

주민 이필기(81) 씨는 "지금 청도는 개미 한 마리 찾아볼 수 없는 상태"라며 "주민 사이에서도 바이러스가 병원을 넘어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으니 다들 밖으로 나오지 말자고 한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도 지역경제는 '파탄' 수준이다. 봄철이면 행락객이 줄을 잇는 한재 미나리단지에는 손님 발걸음이 급감했고, 대표적 관광상품인 청도 레일바이크는 청도가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서 22일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미나리단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동주(50) 씨는 "최근 '청도 미나리에 바이러스가 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반품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며 "손님이 줄어든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어서 오늘부터 임시 휴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운영을 중단한 청도 레일바이크. 채원영 기자.
코로나19로 운영을 중단한 청도 레일바이크. 채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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