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구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시니어문서파쇄사업단'(대구시 서구 북비산로)은 60세 이상 지역 어르신들이 의뢰받은 문서를 파쇄하는 일을 한다. 두툼한 톱니바퀴 모양의 칼날에 수거해온 서류 뭉치를 넣자 순식간에 뜯겨 칼날 뒤로 자취를 감춘다. 파쇄된 종이는 재활용업체로 보내진다.
김종율(72) 문서파쇄사업단 반장은 "예전에는 인근 고물상에 갖다주거나 폐지 모으는 어르신들에게 드렸다면 지금은 정보보안 의식이 높아지면서 기관이나 사업체, 일반 가정에서도 파쇄 전문업체를 찾는다"면서 "문서파쇄사업단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사회적 상황에 걸맞게 각종 문서를 보안절차에 의해 파기해 개인정보유출 방지와 노인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정보유출 방지 위한 문서파쇄
문서파쇄사업단이 생긴 것은 2009년. 대구시 서구 지역내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서구시니어클럽이 '시장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사업소를 만들고 어르신들을 고용하면서 시작됐다. 10년이 넘은 문서파쇄사업단은 이제는 어르신들이 일을 꼼꼼하게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뢰하는 일감이 늘고 있다.
문서파쇄사업이란 개인정보 수록 문서나 보존기간이 만료된 문서 등을 보안 요원이 방문해 문서를 수거 한 후 정보의 재생이 불가능토록 안전하게 파기해주는 서비스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어르신은 6명. 모두 남자 어르신이다. 김종율 반장은 "여성 시니어도 할 수는 있지만 무거운 포대를 차량에 실어야 하는 등 힘든 일도 있어 여성들이 지원을 안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사업단은 문서를 거둬오는 '수거조'와 문서를 파쇄하는 '파쇄조' 등 2개조로 나눠 일한다. 의뢰가 들어오면 차량으로 문서를 수거해와 분류작업(철심이나 비닐 등 제거)을 거친 뒤 문서를 파쇄한다. 문서는 그날 파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파쇄한 후에는 패쇄증명서를 발급한다. 문서파쇄를 의뢰하는 곳은 관공서나 금융권, 기업체, 병원, 아파트관리사무소, 개인 등 다양하다. 김종율 반장은 "즉시 파쇄로 개인정보 유출을 사전에 방지하고 인적, 시간적, 물적 낭비를 줄일 수 있어 비용절감, 업무효율성도 증대됨은 물론 소각으로 인한 공기오염방지 및 자원 재활용을 기대할 수 있어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반장은 이어 "최근 기업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인한 소송과 피해보상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문서파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단의 최고 연장자 배무섭(84) 어르신은 "파쇄하라고 해서 가지고 왔는데 의뢰자가 다시 필요하다며 돌려달라고 해서 돌려준 적도 있고, 파쇄할 문서가 담긴 상자가 아닌 다른 상자를 가져와 돌려준 적도 있다"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대구서구시니어클럽 박애경 사회복지사는 "문서파쇄사업단은 개인정보 유출을 막는데 기여함은 물론, 파지를 친환경적으로 재생하는 녹색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모델사업"이라며 "어르신들이 일을 통해 넓어진 대인관계뿐 아니라 사회참여 보람도 느끼는 것 같다. 이러한 노인적합형 일자리가 계속 개발돼 더 많은 어르신들이 일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출근하는 것도 즐겁고, 일도 보람있어"
어르신들은 늦은 나이에 일할 수 있어 좋고, 더 많은 일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업단에 일한 지 4년 됐다는 손경호(75) 어르신은 "재미도 있고 용돈도 벌고, 또 보람도 있다. 동료들과 일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끔 일 끝내고 동료들과 소주 한 잔 하면서 자식 이야기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재미있게 보내고 있다"며 "아내도 일하러 나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며 만족해 했다.
차량을 운전하는 이중기(74) 어르신은 "내 일 네 일 따지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이며, 배려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다"면서 "일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도 있어 출근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사업단이 출범할 때부터 줄곧 일하고 있다는 김양두(80) 어르신은 모든 것이 만족한다고 했다. "목수일 하다 1년 정도 놀아봤는데 지겨워 못 놀겠더라. 출범할 때에 비해 문서를 파쇄하는 기계도 좋아졌고, 작업장 환경도 좋아졌다. 거기다 동료들과 사이도 좋아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
배무섭 어르신은 "무거운 포대 자루 드는 일과 분류하는 작업이 힘들 때도 있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다.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고 했고, 6개월 전에 대중교통도우미 일을 하다가 문서사업단에 일하게 됐다는 노병철(72) 어르신은 "힘은 들지만 훨씬 활기차고 보람있다"고 말했다.
막내지만 반장을 맡고 있는 김종율 어르신은 "집에 놀면 몸도 마음도 처지는데 일을 하니 하루하루가 활기가 넘친다. 일감이 더 많았으면 한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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