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간절한 시기에 무슨 이미지 타령이냐고 질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지가 생명이다. 우리는 그 이미지 때문에 죽고 산다. 이미지가 나쁜 도시에 우리는 절대 가지 않는다. 반면 뉴욕, 브리즈번, 밴쿠버 같은 좋은 이미지를 가진 도시 관광에는 큰 돈을 쓴다.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좋은 도시에는 돈이 돌고 풍족한 삶을 누린다. 우리는 상품에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에 지갑을 여는 것이다.
대구 도시 이미지가 말이 아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은 커녕 대구 시민들조차 집 밖을 나서지 않는다. 매일 손님을 맞이해야 밥벌이가 되는 소상공인들의 숨은 막힐 지경이다. 이 모든 것이 이미지 때문이다. 광고로 밥벌이를 하는 필자는 직업병이 있다. 바로 이런 극한 상황도 브랜드 이미지와 연결해 생각하게 되는 버릇이 그것이다.
브랜드에 대해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휘황찬란한 로고, 감성적인 슬로건, 수사법이 담긴 이미지 광고로 브랜딩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필자가 하는 일 역시 위에 나열한 작업이 주 종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기본이며 방향 제시에 불과하다. 광고인이 브랜드에 해주는 건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 전부다. '이 브랜드는 이런 장점이 있으니 이 길로 가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다. 나머지는 브랜드 몫이다. 실제로 창작된 로고와 슬로건의 모습을 이루어나가는 것은 그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이다.
대구는 필자가 아는 한 도시 이미지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도시이다. 보수성, 인재'사고 등으로 입혀진 도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필자는 목격했다. 하지만 브랜드는 절대 전문가 집단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243만6천488명(2020년 1월 기준)의 대구 시민 각자가 대구라는 브랜드의 주인이자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이런 이유로 소수의 시민이 대구 도시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구가 고향인 봉준호 영화감독의 제92회 아카데미 4관왕은 대구를 단숨에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 버렸다. 봉준호는 단순히 대구가 고향인 예술가 중 한 명이지만 그로 인해 도시 전체 이미지가 창출된 것이다. 부정적인 이미지 형성도 마찬가지다. 대구에서 신천지교회 신자 수는 인구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그 소수 신도의 행동 때문에 대구 이미지가 굳어져 버렸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사건 때도 마찬가지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방화범 한 명의 범죄로 192명이 희생된 사건이 발생했다. 1995년, 발생한 지하철 가스 폭발 사건에 이은 사고라 대구는 사고의 도시로 이미지가 굳어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력하고 더 멀리 퍼진다. 이렇게 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긍정적인 도시 이미지는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다.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 올리는 것에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내려오는 데에는 하루면 충분하다. 언론 역시 그에 한몫했다. 서울의 몇몇 언론에서는 '대구발 코로나'라는 표현을 써 보도했다. 마치 이 모든 피해가 대구 때문이라는 이미지를 씌워버린 것이다.
'행복한 시민, 자랑스러운 대구'는 민선 7기의 시정 슬로건이다. 이 카피를 쓴 사람은 전문가이겠지만 그것을 이루어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나 하나쯤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도시 이미지를 망친다. 대구 시민 한 명 한 명이 도시 브랜드를 만드는 카피라이터이자 디자이너이다. 개인의 어리석은 행동이 부디 우리가 이루어온 도시 이미지를 망치는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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