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정보와 신뢰 - 윤봉준 교수

윤봉준 뉴욕주립대(빙햄턴) 경제학과 교수

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전제적 정권 중국서 터진 대재앙
환자·사망자 수 발표 믿기 어려워

현재 우리 사회 신뢰도 크게 악화
공적 정보 차단한 집권세력 앞장

중국에서 나오는 큰 뉴스는 부정적인 것이 많다. 1950년대 중공군의 한국전 참전, 집단주의 실험(대약진운동)에 따른 대규모 아사, 1960년대 문화혁명의 광란, 1980년대 이후 1자녀 실험의 악업, 천안문 데모대 학살이 있었다. 21세기에는 2002~2003년에 유행한 호흡기질환 사스(SARS), 2018년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지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를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형 코로나바이러스병(Coronavirus Disease 2019, 약칭 COVID-19)으로 명명하였다. 라틴어로 코로나는 꽃다발(花環), 바이러스는 독(毒)을 뜻한다. 바이러스의 모양이 둥글게 생겼다고 해서 나온 것이다. 이 '꽃다발 독' 역시 중국(우한·武漢)에서 왔다.

중국발(發) 대재난에는 공통점이 있다. 천재(天災)가 아니라 전제적 정권의 정책 실패에 의한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중국이 우한시를 전면 격리 조치하고 대규모의 임시 치료 병동을 열흘 만에 건설한 것을 전체주의의 효율성으로 높이 평가할 수는 없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는 전파 초기에 진화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 12월 말에 우한 지역의 안과의사 리원량을 포함한 8명의 의료인이 중국의 메시지 앱 '위챗'(WeChat) 등을 통해 대규모 전염병의 위험성을 알리려 했지만 경찰국은 이들을 소환하고 유언비어 유포 금지 각서를 쓰게 한 후에야 방면하였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발병 정보를 초기에 함구령으로 차단함으로써 대재앙으로 키운 것이다. 환자 및 사망자에 대한 현재의 발표도 공산당 정권의 고질적인 통계 조작 관행으로 인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

신뢰가 없는 사회는 연줄로 엮인 가까운 사람끼리, 특히 혈연관계로 경제적 거래가 제한된다.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나 중국에서와 같이 국가의 명령경제에 의존하게 된다. 신뢰가 높은 사회는 모르는 개인끼리라도 서로 믿고 계약을 통하여 거래를 함으로써 자원 이용이 원활히 이루어진다.

타인을 신뢰하고 함께 일하는 능력, 즉 사회자본은 경제 번영의 필요조건이다. 사회자본이 결여된 저신뢰사회는 바람직한 기업구조, 재산권, 민주적 사법제도나 선거제도의 착근이 느리고 경제발전도 마찬가지다. 빌린 돈은 떼어 먹고, 갚는 전통이 없던 제정(帝政) 러시아는 금융업이 정착하지 못하고 경제가 정체됨으로써 볼셰비키 혁명의 온상이 되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신뢰'(Trust)에서 현재의 국가군을 미국, 독일 및 일본과 같은 고신뢰국가와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중국 등의 저신뢰국가로 나누었다. 2002년 NationMaster 통계표의 인구 1천 명당 사기 건수를 보면 독일(11.24건), 영국(6.04), 미국(1.29), 일본(0.3888), 프랑스(2.31), 이탈리아(0.95), 한국(2.86)으로 후쿠야마의 분류가 정확한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미국, 특히 일본에 비해서는 한국이 사기 사건이 월등히 많아 상대적으로 저신뢰국가로 보인다.

신천지교회 신도를 포함한 일부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진술이 신뢰도가 결여됨으로써 감염의 전국 확산에 기여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의 신뢰도 악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집권세력이다. '드루킹' 사건에서 보는 대규모 댓글 공작은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위한 정보 조작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공소장의 공개를 국회가 요청했음에도 법무부가 거부하고 있는 것은 정권 비호를 위해 공적 정보를 차단하는 행위이다. 여론조사 결과도 정권의 압력이나 조사기관의 그릇된 충성심으로 왜곡되고 있는지 불신이 높다.

정부에 의한 정보의 조작이나 차단은 사회의 신뢰도를 악화시켜 후쿠야마가 이야기한 저신뢰국가의 폐해를 초래할 뿐 아니라 당장 정부 불신을 낳는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중국 방문 외국인의 입국 금지를 왜 문재인 정부는 하지 않고 있는지? 여당의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한 것인가 의심이 간다. 또 부동산, 노동, 에너지 등 여러 부문의 정책 수행에 국민이 적극 협조하지 않는다. 정부 여당이 높은 지지율에 취한 탈선에서 벗어나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하여 사회 신뢰도 회복에 기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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