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림받은 이들 자아·인격 형성 모습 보람" 최영배 포항들꽃마을 원장

길가 쓰러진 노인 구한 계기 인연…힘든 이들 위한 공동체 5곳 운영
명상집 3권 발간 사람들에 공감

최영배(가운데) 포항들꽃마을 원장 신부가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들꽃마을에서 원주민 어린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포항들꽃마을 제공
최영배(가운데) 포항들꽃마을 원장 신부가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들꽃마을에서 원주민 어린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포항들꽃마을 제공

#단상1 '중력이 강한 행성일수록 주변에 많은 별들이 모이듯이 내공이 강한 사람일수록 주위에 함께할 사람이 많습니다.'

#단상27 '변화는 그 사람의 몫이고 사랑은 나의 몫입니다.'(명상집 '인생검진'중에서)

천주교대구교구 사회복지재단 들꽃마을 영성지도 신부이면서 포항들꽃마을 원장 및 들꽃마을 후원회를 맡고 있는 최영배(비오'65) 신부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사제직에 부르심을 받아 그리스도의 사명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제이다.

마냥 소외된 이들과 함께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함께 생활하던 최 신부가 바깥세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그가 쓴 3권의 명상집 '빈 그릇' '들꽃처럼 살리라' '인생검진'이 많은 이들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얻게 되면서부터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가난한 저희들의 삶을 지켜주시고 함께해 주시는 분들에게 무엇으로 보답할까? 하고 고민하다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글을 써서 보내드린 자료들을 모아 책으로 엮게 됐습니다." 그의 명상집은 그가 사랑의 실천으로 시작한 들꽃마을을 운영하면서 느낀 사제로서의 느낌을 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최 신부의 들꽃마을은 1991년 고령성당 주임신부로 재직하던 중 시작됐다.

추운 겨울. 최 신부는 봉성체를 갔다 오던 길에 주차장에 쓰러진 한 노인을 발견하고 급히 사제관으로 옮겨 목욕과 죽을 쑤어 먹인 후 한방에 기거하게 됐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여기저기서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비닐하우스를 지어 이들과 공동생활을 하게 된 게 들꽃마을의 단초가 됐다.

"들꽃마을은 사회적으로 둥지를 틀 수 없는 사람들과 가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죠. 사람 수는 마을마다 다르지만 모두가 교회의 한 식구로서 살아가고 있죠."

최 신부의 들꽃마을이 처음부터 연착륙했던 것은 아니다. 첫 정착지에서는 주민들로부터 박해도 받았지만 무엇보다 힘이 됐던 점은 버림받은 이들과 함께 미사를 올리고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자아와 인격체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매일 보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최 신부는 고령들꽃마을을 비롯해 대구에 공동생활가정, 무료시설 포항들꽃마을, 장애인공동체인 민들레 공동체, 노인복지센터 및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들꽃마을까지 5개의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 방식은 구성원들 중 연령에 따라서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자녀들로 구성되는 가족공동체 형식이다. 공동체 경비는 현재 포항들꽃마을과 2012년 만든 중앙아프리카 들꽃마을은 순수하게 구성원들의 자부담으로 운영되며, 후원자들도 지속적으로 돕고 있다.

"폭풍이 바다 속 깊은 곳까지 휘저어 물을 깨끗이 만들 듯이 너와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폭풍과 같은 존재로서 서로의 영혼에게 불어 닥치나이다."

명상집 '인생검진'중 한 문장인 최 신부의 이 같은 고백은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영성의 울림을 느끼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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